증권
혼조장서 진가 드러난 `관록의 스타펀드`
입력 2018-12-18 17:42  | 수정 2018-12-18 20:38
코스피가 두 달째 2000~2120선에 머무는 박스피 장세를 재현하자 우량 종목들을 골라잡은 액티브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1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가 1.29% 오를 동안 국내 주식형 인덱스 펀드는 1.03% 올랐다. 특히 같은 기간 설정액 상위인 국내 스타 액티브 펀드들 성과는 더 좋았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설정액이 2조5886억원으로 국내 액티브 펀드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신영밸류고배당증권 1개월 수익률은 3.15%였다. 설정액 2위(8890억원)인 신영마라톤증권이 2.18%였으며 설정액이 6903억원인 메리츠코리아는 1.9%였다. 이 밖에 1개월 수익률은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2.37%), KB밸류포커스펀드(1.14%), 한국밸류10년투자(3.35%) 등 설정액 기준으로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펀드들이 모두 시장보다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액티브 펀드는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펴는 펀드를 말한다. 펀드매니저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발굴하고 적절한 매수·매도 시점을 결정한다. 그러나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코스피 상승장이 펼쳐질 동안 액티브 펀드는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위주로 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액티브 펀드가 고른 종목들이 지수보다 덜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피200지수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IT주가 주도했는데 국내 액티브 펀드는 패시브 펀드보다 이들 종목 보유 비중이 낮아 수익률이 낮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높은 펀드 수수료 때문에 액티브 펀드 설정액은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쉽게 매매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액티브 펀드 자리를 채워갔다. ETF가 이끄는 패시브 펀드의 독주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락장에서는 주식형 펀드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인덱스 펀드의 낮은 보수가 투자매력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6년 말 32조원에 달하던 국내 액티브 펀드 설정액은 최근 24조원까지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스타 매니저들의 스타 펀드로 유명했던 신영밸류고배당펀드, 메리츠코리아펀드,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 등도 설정액이 정체 상태였다.
그러나 올 4분기 증시 급락 이후 주가가 바로 회복되지 못하고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자 액티브 펀드가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스권에서도 오르는 종목이 있기 때문에 우량 종목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종목을 교체하는 액티브 펀드의 장점이 살아난 것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단기적인 수익률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 내년에도 지금 같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진다면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담아놓는 액티브 펀드 성과가 좋아질 것"이라면서 "업종 대표우량주나 고배당주를 골라 담은 펀드라면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수익률이 가장 높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보면 하락장에서도 오르는 저력을 가진 종목들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한 달간 수익률이 6.5%로 설정액 기준 상위 50위 중 가장 높은 DB바이오헬스케어펀드는 셀트리온 등 바이오 대장주뿐만 아니라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 기복 없이 꾸준하게 오르는 바이오주들을 보유하고 있다. 한 달간 수익률이 5.2%인 신영마라톤중소형펀드가 담은 종목들은 GS건설, 한진칼, CJ ENM, 제일기획, 현대중공업처럼 실적 개선이나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주가가 오르는 종목들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내년 박스권 장세에서 종목 선별 능력이 뛰어난 액티브 펀드가 우수한 성과를 보이면 자금도 다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내년 주식시장은 저점을 확인하면서 상승 추세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국면에서는 주식 액티브형 펀드 성과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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