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예비사업가, 교과서에 없는 실제 창업사례 궁금해해"
입력 2018-12-18 15:43 

"북측 예비 사업가들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창업한 이들의 실제 사례와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궁금해 한다"
북측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조선익스체인지(Choson Exchange) 이안 베넷(Ian Bennett)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 같이 말했다. 조선익스체인지는 지난 2010년 설립한 싱가포르 소재 비영리단체로 주로 북측 예비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멘토링을 하고 있다.
이안 베넷 매니저는 "2600명 이상의 북측 주민들을 교육했고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100명 이상의 주민을 해외로 파견해 교육했다"면서 "조선익스체인지에서도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교육 등을 진행하는 봉사자 100명 이상이 북한으로 건너가 창업교육을 했다"고 소개했다.
영국 웨일즈 가디프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조선익스체인지에서 몸담으면서 북측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하고 있다. 10년 전 처음으로 북측을 방문한 그는 그곳에서 투어 가이드로도 일하는 등 현재까지 16차례 북측을 오간 경험이 있다.
지난달에는 은정첨단기술개발구 내에서 '평성 스타트업 페스티벌' 사업을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은정첨단기술개발구는 북측이 첨단기술개발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4년 7월부터 조성한 첨단 IT산업단지다. 평양·평성 등 대도시와 인접해 있고 국가과학원이 위치해 과학·기술 인재가 풍부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북한은 이곳을 정보 기술, 바이오, 산업설비, 경공업, 무역 등의 전문분야로 특화했다. 당시 행사에는 평양에서 140명이 참석했고 미국 페이스북의 제품 매니저가 교육을 하기도 했다.
이안 베넷 매니저는 북측의 예비 창업가들이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업아이템 순위를 매길 때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을 잘했는지도 함께 평가한다"면서 "아이디어가 있어도 글로 작성하는 것은 익숙해 하지만 아이디어를 말로 홍보하는 것은 어려워해 이를 유심히 봤다"고 귀띔했다.
그는 몇몇 스타트업 성공사례도 소개했다. 전력선에 과도한 전압·전류가 흘러 가전기기가 망가지는 것을 막아주는 서지 프로텍터(Surge Protector) 개발자인 한 북측 사업가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16년 조선익스체인지 워크숍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놓고 초기 시제품을 만들어 피드백을 거친 후 지난해 6월 제품으로 내놨다. 제품 가격은 12달러.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안 베넷 매니저는 "지난달 북측에 갔을 때 만났는데 초기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고 수익을 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경쟁사 가격과 비교하면서 제품을 모니터링 하는 등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강차를 판매하는 또 다른 북측 사업가는 제품 품질은 자신있었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안 베넷 매니저는 "마케팅 및 브랜딩 전문가를 초청해 마케팅 전략 및 브랜딩 전략을 다시 수립했다"면서 "고급 제품인지 기본 제품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는데 이후 고객을 위한 의료 혜택에 초점을 맞춘 고급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안 베넷 조선익스체인지 프로젝트 매니저. [사진제공 =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또 동절기 판매를 위한 진공포장 피망을 판매하겠다는 이에게는 △1인 가구 △2~3인 가구 △5인 가구 △대형 식당으로 타깃층을 세분화해 중량을 달리한 피망 판매 계획을 설립하도록 하기도 한다. 계절별 수요와 손익분기점에 대해서도 따져보도록 한다.
그밖에 △버섯성분 건강 보조제 캡슐 △부모와 자녀가 공유하는 모바일 숙제 캘린더 앱 △고려인삼 피부 크림 등 사업 아이템이 다양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안 베넷 조선익스체이지 프로젝트 매니저. [사진 =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그는 "북측에서도 영역에 따라 지식수준이나 이해도 격차가 크다"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의 경우 기초 지식이 없는 사례도 있다. 일례가 지적재산권 같은 영역이고 재원조달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남측 스타트업과의 협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제재 완화 이후 개성공단이 남북 스타트업 협력을 위한 최적지로 떠오르는 등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또한 평양 내에 창업가들을 위해 사무공간 공유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구축을 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안 베넷 매니저는 "현재 평양에 있는 몇 군데의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은 초기 단계"라며 "인큐베이터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해서 향후 30개 스타트업을 만들고 500명의 기업가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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