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충당금 확대·모니터링 강화…은행들 리스크관리 `올인`
입력 2018-12-16 17:45  | 수정 2018-12-16 20:32
주요 5대 금융그룹이 내년도 경영전략 키워드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16일 매일경제가 KB금융을 비롯해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을 조사한 결과 이들 5대 금융그룹은 내년도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리스크 관리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들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크게 3가지 전략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경기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의 대출 부실을 우려해 충당금을 더욱 확충하기로 했다. 둘째,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실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셋째,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이자수익 이외 수입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선제적 리스크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우량산업 위주 지원,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고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은행업권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떨어질 것인 만큼 자산건전성을 확보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빅데이터 기반의 기업진단 시스템과 같은 첨단기술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은 위기 발생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하고 리스크 관리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대출시장 중심의 성장전략이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돼 금융지주사들은 디지털과 글로벌 전략을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주력한다. KB금융은 내년을 디지털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모바일 플랫폼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 안에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순위 2~3위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홍콩·뉴욕·런던에 마련한 투자은행(IB) 데스크를 활용해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나선다.

신한금융은 비이자이익 창출과 자산관리(WM) 모델 리뉴얼을 통한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 확장, 글로벌 네트워크 현지화와 질적 성장을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 하나금융은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기 위해 글로벌 부문 조직을 확대하고 자산관리 전문화와 대중화에 나선다. IB부문과 신탁·자금운용 부문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찾는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내년에 현지 금융사 인수로 해외 영토를 더 넓힌다는 전략이다. 동남아시아 지역 자산운용사와 할부금융사도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검토해 은행업뿐 아니라 해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5대 금융그룹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평균 2.56%로 전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8%)와 한국은행(2.7%)보다 훨씬 낮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세운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각각 2.6%)에도 미치지 못한다. KB금융은 내년 성장률을 2.4%로 봤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보호무역정책 확산 등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실업률 악화 등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이 2.5%로 KB에 이어 낮은 전망치를 내놓았고 신한과 NH는 각각 2.6%, 우리은행은 2.7%를 예상했다.
이들 금융그룹은 경기 부진 탓에 내년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기준금리가 세 차례 올라 2.5%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NH를 빼고 KB 신한 하나 우리는 현행 금리(1.75%)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내년에는 은행권 순익이 10% 넘게 떨어질 것이라는 폭락 전망까지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내년도 은행산업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9조8000억원으로 올해(11조8000억원)보다 16.9%나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가계대출 규제 강화 탓에 대출자산 성장률이 명목 경제성장률 내외로 제한되고 대손비용은 기업부실 가능성 탓에 늘어난다는 게 그 근거다. 일각에서는 이는 과도하게 비관적인 전망이라고 평가하지만 큰 틀에서는 참고할 만하다는 게 5대 금융그룹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김동은 기자 /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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