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금창출 뛰어난 알짜"…금융지주사 눈독
입력 2018-12-16 17:25 
롯데캐피탈이 매물로 나오며 롯데그룹의 카드·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 매각전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캐피털사는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지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까닭이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카드·손보·캐피탈을 패키지 매각하거나 2개씩 묶어서 파는 등 다양한 매각 방안을 검토할 수 있어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캐피탈 예상 매각가로는 9000억~1조원이 거론된다. 이는 올해 3분기 말 현재 롯데캐피탈 순자산 1조1570억원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 0.7~0.9배 수준이다.
실제로 동종 기업 가운데 지난해 매각된 아주캐피탈은 PBR 0.7배인 3900억원에 매각됐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고려된 아주캐피탈 매각가는 주당 8495원이다. 지난 14일 아주캐피탈 주가는 이를 뛰어넘은 8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캐피털사에 대한 시장 평가가 우호적이란 뜻이다.
캐피털업계는 저금리 환경 지속으로 차입금리 부담이 낮은 반면 연체율은 2015년 이후 1.7%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캐피털사 매물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은 이유다.

특히 롯데캐피탈은 그룹 물량 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인수자로선 인수 이후 실적 하향 부담감이 낮다는 것이 강점이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은 할부나 리스 같은 캐피털사 고유 업무와 더불어 기업 및 개인대출 등도 고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포트폴리오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회사"라고 분석했다.
롯데캐피탈의 M&A 시장 등장은 기존에 공개 매각 작업에 나선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전 흥행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매각자인 롯데그룹이 인기 매물 롯데캐피탈을 카드, 손보와 패키지 매각하는 방안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피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수 후보자들 호응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카드, 손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카드·롯데손보·롯데캐피탈 매각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달 중 구체적인 매각 방안을 확정 지을 계획이다. 인수후보로는 국내 금융지주사와 한화그룹 등이 꼽힌다.
금융지주사는 시너지 측면에서 일반 기업이나 사모투자펀드(PEF)를 압도하는 후보다. 카드와 캐피탈은 모두 자체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발행한 자금을 토대로 운용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최고 신용등급을 자랑하는 금융지주사가 이를 가져가면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신규 고객 확보는 물론 롯데그룹으로부터 금융거래 수임을 받을 가능성까지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 유력 인수후보인 한화그룹도 새로운 영역을 낮은 비용으로 개척할 수 있다. 최근 금융계열사에 인적 역량을 부쩍 쏟아붓고 있는 한화그룹은 보험업에 편중된 금융계열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다.
기존 갤러리아백화점카드를 범용 신용카드로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캐피털업에도 신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다. 무엇보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 기업이 급부상하고 있는 유통시장에서 빅데이터를 확보함과 동시에 롯데라는 우군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공교롭게도 한화와 롯데는 모두 삼성그룹과 빅딜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한 경험을 갖춘 대기업집단이다.
롯데그룹은 카드, 손보, 캐피탈 등 굵직한 금융계열사 매각을 마무리 지은 뒤에는 단순 지분을 보유한 BNK금융지주 등 금융사 지분 정리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금융사 지분 처분이 흥행하면 롯데지주가 그룹 역점사업인 롯데케미칼 지분 확대에 나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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