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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박항서 신드롬, 왜 한국도 열광할 수밖에 없나
입력 2018-12-16 12:42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 뿐만 아니라 한국도 홀리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박항서 광풍은 베트남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진정한 박항서 매직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한국에서도 화제다. 토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에 방영 중인 드라마가 결방하고 지상파에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생중계됐다. 이례적인 조처다. 하지만 방송사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지난 15일 홈그라운드인 베트남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1-0으로꺾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우승하자 베트남 전역의 축구팬들은 일제히 열광했다.
전반 6분 만에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꽝하이가 올린 크로스를 아인득이 골대 정면에서 왼발 발리슛으로 차 결승골을 넣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박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 뒤, 박 감독을 헹가래 쳤다. 베트남 푹 총리는 이어 시상대에 오른 박 감독을 한참이나 안은 뒤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웠다.
베트남은 결승 2차전 승리로 A매치 무패 행진을 16경기(9승7무)로 늘렸다. 이는 현재 A매치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국가 가운데 가장 긴 기록이다.
베트남이 스즈키컵에서 정상에 오르기는 2008년 이후 10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다.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동남아의 강호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1월 베트남을 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에 올려놓았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4강에 올려놨다. 약속한대로 지난달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동남아 회원국 중 가장 높은 100위까지 올려놨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의 성공이 단순히 한국인의 성공이라서 한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했던 인물이라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다만 2002년 월드컵 이후 박항서 감독은 한국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지도자다.
하지만 약체였던 베트남을 이끌고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는 모습은 한국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대표팀 식단부터 새로 짰고, 아버지 리더십으로 부상 당한 선수를 직접 마사지하는 한편, 비행기로 이동할 때 자신의 비즈니석까지 양보했다. 한국에서 실패한 지도자가 타국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드는 성공 신화에 한국인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던 것이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과 같이 생활할 때가 가장 즐겁고, (오늘이) 지도자 생활 중에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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