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광 최상훈 씨는 육아대디가 된 뒤 영화관에 간 기억이 없다. 집에서도 육아 때문에 TV를 볼 수 없다. 최 씨는 대신 출퇴근 시간 동안 자동차에서 영화를 즐긴다. 자율주행차라 운전하기 위해 손 쓸 일이 없는데다 손가락만 허공에 대고 '톡톡' 치면 차량 앞유리가 대형 스크린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SF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다. 현실에서 실현 가능해진 장면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가상공간 터치기술'과 '유리창(윈드실드) 디스플레이' 덕분이다.
현대모비스는 내년 1월8~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IT 전시회 'CES 2019'에서 가상공간 터치기술, 유리창 디스플레이 등 미래 신기술을 공개한다고 16일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Focus on the Future'를 주제로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수소연료전지모듈 발전시스템 등 현재 주력 중인 정보통신(ICT) 융합기술과 친환경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다.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 등 4차산업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CES에서 혁신적인 미래차 기술로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완전 자율주행 모드에서 탑승객이 경험할 수 있는 첨단 편의기술로 구성됐다.
커뮤니케이션 라이팅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바탕으로 다른 자동차나 보행자와 소통하는 신개념 램프기술이다. 각종 센서기술을 활용한 현대모비스의 램프개발 비전을 담았다.
현대모비스는 수소연료전지모듈을 자동차를 넘어 선박이나 드론, 도시 비상발전 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선보인다.
장재호 현대모비스 EE(Electrical & Electronics) 연구소장은 "CES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차 탑승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인다"며 "자율주행 시대는 운전자와 동승자의 구분이 없어지고 자동차는 그 자체로 스마트 디바이스와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CES 전시관 조감도 [사진 제공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CES에서 선보일 가상공간 터치기술은 내비게이션이나 오디오를 터치 식으로 눌러 조작할 필요가 없는 게 특징이다. 탑승객은 완전 자율주행 모드에서 영화를 감상하다가, 손가락을 허공에 '톡'하고 눌러 다른 영화를 선택하거나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가상공간 터치기술은 운전자의 시선과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일직선에 위치하면 작동한다.
차량 내부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과 손짓을 인식하는 원리다. 박수 소리로 조명을 끄거나,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방식을 뛰어넘는 첨단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자율주행 모드에서 영상과 차량 주변 상황은 전면 유리창에 펼쳐진다. 유리창(윈드쉴드) 디스플레이다. 유리창 디스플레이는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이나 클러스터(계기판) 다음 단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부상할 전망이다.
유리창 디스플레이는 특수 입자를 입힌 유리창에 전기를 가해 외부로부터 빛을 차단한다. 수동주행 모드에서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투명한 유리창이지만,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짙은 필름을 부착한 것처럼 어두워진다.
유리창에 영상을 투영하면 차량용 스크린이 되고, 정면과 옆면 유리창을 연결하면 초대형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이드미러를 대체한 카메라 시스템(CMS)은 차량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송출해 유리창 하단에 보여준다.
현대모비스는 탑승객의 감정에 따라 차량과 운전자가 소통하는 콘셉트도 선보인다. 자율주행차 스스로 탑승객의 감정에 따라 밝은 조명을 켜거나 신나는 음악을 틀어준다.
차량 내부에 장착한 카메라가 얼굴을 인지해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이 탑승객의 감정을 '기쁨' 또는 '슬픔' 등으로 분류하는 기술이다.
탑승객 감정 상태는 다른 차량과 공유할 수 있다. 주변 차량 중 기쁜 감정의 운전자는 파란색으로, 화난 운전자는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불안한 감정상태의 운전자를 피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탑승객 감정 인식 기술은 현대모비스가 엠스타트(M. Start) 공모전을 통해 선발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인 제네시스랩과 협업해 개발했다. 현대모비스는 탑승객 안면인식 기술을 향후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 방지 등 안전기술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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