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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형철 감독 “모두의 도전 ‘스윙키즈’, 우린 미쳐 있었다”
입력 2018-12-14 17:43 
`흥행 보증수표` 강형철 감독이 `스윙키즈`로 컴백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될 한 장면을 찍는 날이었어요. (도)경수가 촬영 전 음악을 먼저 듣고 싶다기에, 볼륨을 아주 크게 높여 틀어줬고 촬영장 가득 음악이 울려 퍼졌어요. 순간 경수가 자기도 모르게 ‘이 음악, 미쳤어라고 읊조렸죠. 그날 실제로 경수는 미쳤고,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줬죠. 그래요, 어느 순간부터 우린 모두 이 영화에 미쳐있었는지도 몰라요.(웃음)”
참혹한 전쟁을 배경으로 한 환희의 춤, 이 아이러니 한 광경이 이질감 없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영화 ‘스윙키즈 최고의 장면은 이렇게 탄생했다. 개봉을 앞두고도 전혀 떨려하지 않는 이유, 행여 흥행이 되지 않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거란 자신감도 이 때문이었다. 강형철 감독은 ‘스윙키즈를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모두가 미쳐서 완주한 작품이라고. 진심으로 행복했다고.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까지 흥행 3연타에 성공한 강 감독은 많은 분들이 내게 실패한 경험이 없다고 말하지만 스스로는 늘 실패해왔다. 부족한 점이 보였고, 더 성장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쩌면 상업영화에서 늘 보던, 여러 가지 이유로 해오던 패턴에 질렸던 것 같다. 화려하고 세련되고 깔끔하기보단 더 거칠고 투박하고 무심한 듯 확실한 내 것이 있는 그런 이야기와 방식을 찾고 싶었다. 그런 도전의 일환으로 ‘스윙키즈를 선보이게 됐고 앞으로도 그런 길을 가고 싶다”고 했다.
제작비 154억원이 투입된 ‘스윙키즈는 1951년 친공 포로와 반공 포로가 같이 머물던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친공 포로의 영웅이던 로기수(도경수)가 탭댄스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K팝 대표그룹 엑소의 멤버이자 배우로 활약 중인 도경수(디오)가 주연을 맡았고 자레드 그라임스, 오정세, 박혜수, 김민호 등이 가세해 다채로운 하모니를 이룬다.
상업 영화에서 늘 봐 오던 어떤 기교나 화려한 장치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투박하게 툭툭, 담백하지만 강렬하게 진짜 보여주고 싶은 요소들만 제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뒤죽박죽인 듯 그러나 그 안에 명확하게 녹아 있는 아이러니한 미학들을, 메시지를 조금은 낯선 방식이지만 선명하게 녹여내고 싶었죠. 전작들에 대한 스스로의 아쉬움 덕분에 더 열심히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든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함께한 배우들과 동료들의 열정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강형철 감독은 함께 미쳐 `스윙키즈`를 완성해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고마워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을, 가장 좋아하는 음악과 춤을 통해, 꼭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완성한 기쁨, 그것이 바로 ‘스윙키즈란다.
영화의 메시지는 결국 ‘반전이에요. 문득 놀라웠어요.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평온하게 (과거에 비해) 참 좋아진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전쟁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지 않아요? 이렇게 이야기하다가도 언제 사이렌이 울리고,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 터질 지 모른다는 거잖아요. ‘왜 이렇게 됐을까 ‘보다 많은 이들을 풍요롭고 행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념, 시스템이 왜 사람들을, 역사를, 현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그리고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떤지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영화를 만들게 됐죠.”
그래서일까. 영화 속 음악과 영상, 이야기와 메시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서로 다른 질감의 요소들이 적절한 배합으로 독특한 매력이 느껴지는 동시에 감독의 도전 정신이, 극강의 디테일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실제로 거제 포로수용소에는 인종, 이념, 성별,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존재했어요. 이 다름을 춤으로 하나가 되도록 조화를 이루는 게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주제였죠. 대사나 인물의 표정, 관계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단 얼굴 대신 발을 클로즈업하고, 대사 대신 탭댄스 소리로, 음악으로 모든 걸 전달하려고 했어요. 아예 대사 없이 탭댄스와 소리만으로 구성한 장면들도 많죠.”
강 감독은 좋은 영화란 시간이 지나도 또 보고 싶은, 언제든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자 감독이 됐고 여전히 그런 꿈과 목표를 지니고 있다”면서 ‘스윙키즈 역시 누군가에겐 그런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작품에 참여한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담아 뜨거운 심장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온 힘을 다해 임했던 도전”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역사 안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그럼에도 나만의 행복한 한 때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여전히 존재하는 부당함과 편견, 억눌림, 다양한 차별 등의 문제 속에서도 우리 개개인이 포기하지 말고 품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신명나는 춤의 환희 속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낄 것이고, 그 속에서 나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랍니다. ‘스윙키즈에 담은 우리의 진심, 모두가 미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스윙키즈'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강형철 감독의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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