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키워드 K팝] `K팝 시스템` 수출하는 마마무 소속사 RBW
입력 2018-12-14 17:03  | 수정 2018-12-14 20:51
◆ 키워드 K팝 / ⑬ 알비더블유(RBW) ◆
K팝을 향한 해외의 관심이 왓(what)에서 하우(how)로 옮겨가고 있다. 이전엔 자국에서 사랑받는 K팝 그룹을 소개하고, 초청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한국의 아이돌 발굴·육성법을 배우겠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올해 엠넷에서 방송한 '프로듀스 101' 시즌3는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 아이돌의 태생지, 일본에서 성장한 가수들이 한국 엔터테인먼트사 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해 거듭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2018년 연예 기획업의 중심이 어디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마마무 소속사로 유명한 알비더블유(RBW)는 K팝 노하우를 국내외로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제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적용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의 의뢰를 받아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고, 그의 데뷔를 도와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인기 그룹 마마무와 브로맨스를 데리고 있으면서도 OEM 매출이 전체 수익(지난해 137억원)에서 30% 이상을 차지한다. 기존 가요계에 없었던 OEM이라는 사업을 펼치는 RBW를 '시스템'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봤다.

◆ K팝에 대한 관심 'what→how'
최근 유니버설뮤직 재팬은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합작 레이블 '유-큐브' 레이블을 설립했다. 비투비, (여자)아이들, 펜타곤을 데리고 있는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해외 시장을 본격 공략해보겠다는 포석이다.
올해 AKB48, 헤이세이점프 같은 일본 톱 아이돌은 한국 걸그룹 여자친구와 방탄소년단의 안무가를 초빙해 퍼포먼스를 배웠다. 이외에도 텐센트가 JYP와 협업해 중국에 보이그룹을 내고, YG와의 동맹 관계를 견고히 하는 이유도 매한가지다. K팝의 시스템을 습득해 C팝과 J팝도 경쟁력을 향상시켜보겠다는 취지다.
RBW는 K팝의 '시스템'을 외부에 이식하는 데 최적화된 회사다. 2012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일찍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현재 아시아 각국에 RBW의 교육·제작을 통해 데뷔한 팀을 두고 있다.
RBW에서는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OEM 방식으로 탄생한 아티스트는 현재까지 중국에 5팀, 일본에 3팀, 인도네시아에 2팀, 베트남에 5팀이 있다. 특히 베트남의 켈빈 칸과 치푸, 일본의 코드브이(CODE-V) 등은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성 3인조 가비엔제이를 비롯해 다양한 아티스트가 RBW의 OEM 제작 방식을 경험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지금의 K팝은 노래와 춤에서 요구하는 게 대부분 매뉴얼화돼 있다"며 "외국에서도 K팝 그룹 같은 팀을 만들고 싶겠지만, 현지에는 자금과 시스템이 없다 보니 'K팝의 본토에 자금을 대서 맡겨보자'는 수요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물고기 대신 낚시 법을 알려준다
이 회사가 비단 B2B(기업 간 거래) 방식으로 아티스트를 제작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국내외에서 K팝 가수가 되고자 하는 다양한 인재에게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드림 위드 어스(Dream With Us)'라는 제목의 이 커리큘럼은 K팝 아티스트가 실제로 경험하는 과정을 수강생들에게 직접 체험시킨다는 목적으로 구성됐다. 전 세계 가수·댄서·엔터테이너 지망생을 대상으로 하며 미국, 중국, 베트남, 대만, 러시아 등 12개국에서 연간 70~80여 명이 찾아온다. 위에서 열거한 RBW 사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물고기를 주는 대신 낚시 법을 알려주기'라고 할 수 있다. 타사와 대비되는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건 대표이사의 경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RBW는 스타 작곡가 김도훈 대표이사가 이끌었던 WA엔터테인먼트와 대중예술전문경영인 김진우 대표이사가 설립한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의 합병으로 2015년 탄생했다.
김도훈 대표는 '눈물이 뚝뚝' '니가 필요해' 등 케이윌의 대표곡, 소유와 정기고의 '썸', 휘성이 부른 '가슴 시린 이야기' 등 여러 히트곡을 탄생시킨 작곡가다. 여기에 김진우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의 사업 영역 확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 소속 아티스트 다변화 가능할까
한편으로 RBW는 팬들에게서 '믿듣맘무(믿고 듣는 마마무)'로 받들어지는 마마무가 소속된 회사이기도 하다. '언제나 믿고 들을 만한 곡을 발표한다'는 믿듣맘무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별이 빛나는 밤' 등 다수 노래를 음원 차트 1위에 올렸다. 이 역시 김도훈 대표가 작곡한 노래가 대부분으로, 회사 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RBW는 잘나가는 마마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팬들이 주도한 마마무 콘서트 보이콧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마마무 팬 연합은 "과도한 스케줄로 아티스트의 부상 악화와 컨디션 저하가 염려된다"며 이달 15~16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거부했다. 팬들의 지적대로 올해 마마무는 일본 데뷔, 70회가 넘는 지방 행사, 해외 공연, 솔로 앨범 발매 등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한 바 있다.
황선업 평론가는 "마마무의 결과물로 봤을 때 기획이나 A&R(아티스트와 악곡을 발굴하고 계약하는 직무) 단계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이번 혹사 논란은 아이돌계의 어두운 부분을 단적으로 노출시킨다. 10년 가는 아이돌 그룹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비용을 회수하려 드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RBW가 OEM 사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아티스트 기획·제작 경쟁력을 소속 가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번 콘서트는 소속사의 전향적 대처로 취소됐지만, 특정 가수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획사는 언제든 '촘촘한' 스케줄을 짜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것이다.
RBW에서는 내년 신인 보이그룹 원어스와 원위를 데뷔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OEM 사업에서 RBW가 관여하는 범위를 데뷔 이후까지 확장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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