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쏙 들어간 프로야구 산업화…`멍들고 분열된` 정운찬 1년
입력 2018-12-13 09:14  | 수정 2018-12-13 09:48
2018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정운찬 KBO 총재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운찬 총재 체제 1년을 맞이한다. 지난 1월 초 제22대 총재로 부임한 정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프로야구의 산업화를 강조했다.
야구계는 이런 정 총재에 대한 기대가 컸다. 정 총재는 한국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석학 중 한 명이다. 서울대 총장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국무총리를 지냈다. 학계와 정·관계에서 활동해 스팩트럼이 넓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무총리에 물러나서도 동반성장을 주도하며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정 총재가 야구광이라는 점이 야구계를 들뜨게 했다. 정 총재는 초등학교 시절 야구부에 몸담았던 이력이 있었고, 미국 유학 시절 메이저리그에 푹 빠져 지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에도 야구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뽐냈다.
프로야구는 전임 구본능 총재 체제에서 8개 구단이 10개 구단으로 늘어나고, 고척스카이돔을 비롯해, 광주 대구 포항 울산 등 신축구장의 등장으로 제2의 부흥기를 맞았다. 프로야구의 외연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확장된 외연에 더해 산업화가 화두에 올랐고, 정운찬 총재도 취임 후 강조한 게 산업화다. 정 총재는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단 운영체계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야구단이 경제적 독립체이자 이익을 낼 수 있는 프로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제도 개선과 중계권 가치 평가, 통합 마케팅 등을 추진해 KBO와 구단들의 수익을 개선하는 프로야구 산업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마케팅 자회사인 KBOP에서 통합 마케팅과 중계권에 관한 현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10개 구단을 통합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KBOP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라고 말을 아꼈다. 보통 이런 경우 총재의 정무적인 판단이나, 정치력이 힘을 발휘해야 하지만, 정 총재가 산업화를 위해 직접 무엇을 했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진행된 프로야구 시상식에 참석한 정운찬 총재는 3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를 했다”며 큰 의미 부여를 했다. 하지만 이는 숫자로 허물을 덮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3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라는 말은 사실이지만, KBO리그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관중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례없는 폭염과 미세먼지는 날씨의 영향도 컸지만, 아시안게임 대표팀 논란에 야구를 향한 싸늘한 시선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정 총재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부정하는 답변을 했다. 결국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중도사퇴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 총재 취임 후 야구계가 화합하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클린베이스볼을 강조하면서도 온갖 부정행위가 드러난 히어로즈에는 솜방방이 처벌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 총재가 직접 이장석 전 대표의 영구실격처분을 추인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운찬 총재는 취임 직후 권위적인 총재라는 명칭 대신 자신을 커미셔너(commissioner)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커미셔너는 정부로부터 임명받은 위원·장관 등을 뜻하는 말이다. 1919년 미국 월드시리즈 결승전에 대한 매수설을 규명하기 위하여 메이저리그의 수뇌들이 연방법원 판사를 취임하도록 한 데에서 유래됐다. 초대 커미셔너로 취임한 K.랜디스 판사는 매수에 관련된 선수들을 야구계에서 추방하고 야구계의 정화를 이룩했다. 그러나 정 총재가 지난 1년 동안 커미셔너라는 의미를 잘 살렸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한 야구계 인사는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시찰 등 외유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권위주의적인 총재에 더 가깝다고 느꼈다"고 꼬집었다.
정 총재가 연말 시상식에 참석해 레퍼토리처럼 하는 말이 자신의 인생은 ‘야생야사라는 것이다.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는 뜻이지만 지난 1년 동안 정 총재가 야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와닿지 않는다. 정 총재 스스로도 내세울 게 없을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다. 정운찬 총재 부임 후 지난 1년. 한 마디로 프로야구는 멍들고, 분열됐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