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석달새 21조 밀물…부활한 은행 정기예금·적금
입력 2018-12-12 17:38  | 수정 2018-12-12 20:32
저금리시대에 고수익을 내는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하면 '마이너스 수익'이 난다며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은행 예·적금이 재테크 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최근 시중금리 인상으로 더디지만 수익성이 조금씩 회복됐고 특히 각종 시장 악재로 기존에 고수익을 기대했던 다른 금융상품들에서 줄줄이 손해를 보자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돈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이 판매하는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9월 말 585조5624억원에서 이달 10일 606조4736억원으로 약 석 달 만에 20조원 넘게 늘었다. 정기예금은 주로 1년 단위로 평균 연 1~3%의 금리를 내건 은행의 대표적인 수신상품이다. 정기적금과 주택청약종합저축처럼 매달 혹은 사전에 정한 대로 돈을 꼬박꼬박 넣는 적립식예금도 같은 기간 4140억원 증가했다. 둘을 합하면 5대 은행이 이 기간 끌어모은 수신액은 21조3252억원에 달한다.
은행 예·적금에 몰린 돈은 같은 기간 줄어든 요구불예금을 훌쩍 뛰어넘는다. 요구불예금은 돈을 잠시 두는 '파킹통장'인 입출금통장 등을 말한다. 9월 말 431조7299억원이던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0일 420조7007억원으로 11조원 감소했다. 예·적금 증가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단순히 파킹통장에 있는 돈만 꺼낸 것이 아니라 주식 등 다른 상품에 투자한 돈까지 가져다 은행 예·적금으로 옮긴 것 같다"는 게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8년 10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전월 대비 15조6000억원 증가했다. 2010년 2월(16조8000억원) 이후 8년8개월 만에 최대치다.
예·적금에 돈이 몰리는 첫 번째 이유는 금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 10월 30일 1년 만에 이뤄졌지만, 이미 그전에도 시중금리 상승에 맞춰 은행들의 수신상품 금리도 조금씩 올라갔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 금리는 올해 연 1.8%에서 출발해 올해 8월 1.81%에 머무르다 9월 1.84%를 거쳐 특히 10월에는 1.93%로 한 달 만에 0.09%포인트 뛰었다. 9~10월 대출금리 상승폭인 0.03%포인트보다 세 배 더 올라 예금금리 오름 속도가 대출보다 더 빨랐다.
대표적인 수신상품인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0월 기준 2.06%로 2015년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반대로 그동안 예·적금 대신 투자자들이 선택했던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은 최근 들어 고전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ELS 발행액은 2조3000억원대로 올해 고점인 3월 8조8143억원 대비 40%나 급감했다. 올 상반기 ELS 발행액이 44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급격히 돌아선 것이다.
ELS는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대표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데 올 들어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탓에 S&P 500과 홍콩H지수 등이 연고점 대비 최고 25%까지 추락하다 보니 기존 투자자들의 손실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코스피 약세의 직격탄을 맞은 주식형 펀드도 마찬가지다.
은행들도 예·적금에 돈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를 15%포인트 높여야 하는 만큼 예대율을 낮추려면 예금을 추가로 유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 10월 30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직후 줄줄이 주요 정기 예금과 적금 금리를 기존보다 최고 0.5%포인트씩 높였다. 그동안 시중은행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연 3%'대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NH직장인 월복리적금'은 최근 금리 인상 덕에 최고금리가 연 3.03%로 3%를 넘었다.
[김태성 기자 /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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