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걷기만 해도 기부가 된다?…`퍼네이션` 앱으로 쉽게 기부하기
입력 2018-12-12 16:56 
연말이 되자 번화가에 자선냄비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은 아직 기부 후진국이다. 기부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하기 위한 퍼네이션 문화가 점차 자리잡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날씨가 추워지면서 거리 곳곳마다 빨간 자선냄비가 모습을 보인다.이른바 '연말 기부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부 문화는 겨울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어 있다. 통계청이 격년마다 실시하는 사회조사에 따르면 '기부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2011년 36.4%에서 2017년 26.7%로 뚝 떨어졌다. 기부하지 않는 이유 1위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57.3%)'였고, 2위는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23.3%)'가 차지했다.
기부라는 영역은 국가가 나서서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가 기반이 돼 최근 몇 년 새 '퍼네이션'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재미(fun)와 기부(donation)의 합성어인 퍼네이션은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방법에서 벗어나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기부를 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문화를 뜻한다. 특히 퍼네이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그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퍼네이션의 핵심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라는 단어가 주는 거창함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을 덜어내기 위함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퍼네이션 앱은 바로 '빅 워크'다. 빅 워크는 단지 걷는 것만으로 기부가 이뤄지는 신개념 기부 앱이다.
걷기만 해도 기부가 되는 대표적인 퍼네이션 어플 `빅 워크`. 기부를 원하는 모금통을 고른 후 참여하기 버튼을 누르고 걷기만 하면 걸은 거리에 따라 기부금이 쌓인다. [사진 = 빅 워크 앱 캡처]
실제로 빅 워크를 설치해 사용해 봤다. 앱을 내려받으면 우선 GPS를 켜고 '모금통'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미혼모 지원, 소아암 환우 후원 등 11개의 모금통이 올라와 있다. 기부를 원하는 모금통을 고르고, 참여하기 버튼을 누른 뒤 걷기만 하면 끝이다. 업무 시간 내내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 같지만 화장실을 가거나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한 것만으로도 2시간 사이에 1438걸음, 898m가 쌓였다. 10m당 기부 포인트 1눈(NOON)이 적립되는 시스템이니 벌써 89눈이 쌓인 셈이다.
이렇게 단순한 걷기만으로 모인 기부금은 후원단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된다. 실제로 빅 워크를 사용하고 있는 대학생 송지은 씨(23)는 매일 아침 등교 전 앱을 켜는 것에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송 씨는 "앱을 켜고 걷기만 하면 돼서 기부가 말 그대로 일상에 스며든 것 같다"며 "기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많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매일 터치 한 번이면 사료 10g을 기부할 수 있는 반려동물 모바일 플랫폼 `올라펫`. 앱 출시 2년만에 누적 기부 사료 20t을 달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 = 올라펫 앱 캡처]
터치 한 번으로 기부가 이뤄지는 앱도 있다. 반려동물 모바일 플랫폼 '올라펫'이다. 이 앱에서 하루에 한 번 기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바로 10g의 사료가 기부된다. 이 앱도 직접 사용해 봤다. 앱을 설치한 후 간단한 회원가입을 거치면 현재 진행 중인 12월 유기견·동네고양이 기부 캠페인이 화면에 뜬다. 그 후 화면의 안내대로 버튼을 눌렀더니 사료 10g이 바로 적립됐다. 이렇게 간단한 퍼네이션 활동으로 올라펫은 지난 6월 서비스 론칭 2년만에 누적 기부 사료 20t을 달성했다. 사용자들의 참여로 모인 사료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팅커벨프로젝트,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등 전국 11개 유기동물 단체에 전달됐다.
이외에도 앱 내에서 광고를 시청하면 쌓이는 포인트로 기부할 수 있는 앱인 '애플트리', 유엔세계식량계획(WFP)가 개발한 기부앱인 '쉐어 더 밀' 등이 대표적인 퍼네이션 플랫폼으로 꼽힌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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