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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새삼 깨달은 명작의 클라스…‘로마’
입력 2018-12-12 08:0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명작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여운의 깊이가, 뻗어나가는 생각의 가지가, 젖어드는 감성의 폭이 끝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도 다시 보고 싶을, 다시 봐도 또 박수를 보낼 것이 분명한, 상업적 이미지가 강했던 ‘넷플릭스를 다시 보게 한 명작, 바로 ‘로마(감독 알폰소 쿠아론)다.
올해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최고상의 영예를 안긴 ‘로마는 2013년 그래비티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넷플릭스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으며 베일을 벗은 뒤 더 뜨거운 호응 속에서 단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강력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며 영화인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유년시절을 멕시코시티에서 보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1970년대 초반 혼란의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주인공 ‘클레오의 삶을 다룬다. 1971년 우익무장단체 로스 알코네스가 120여명을 살해한 성체 축일 대학살을 배경으로 멕시코의 로마(Colonia Roma)라는 지역에 사는 한 가족과 하녀 클레오에게 초점을 맞춘 다.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이 의외의 곳에서 힘을 얻는 이야기를 무심한듯 담백하게, 그러나 무한한 깊이로 묵직하게 담아낸다.
감독의 유년 시절 가정부 리보 로드리게스를 바탕으로 완성된 캐릭터인 ‘클레오는 그야말로 비운의 인물. 네 자녀를 둔, 멕시코 주류 백인인 소피아의 집에서 일하지만 가정은 순식간에 파탄이 나고, ‘클레오는 임신한 몸으로 남자친구에게서마저 버림받는다. 끝날 줄 모르는 비극의 연속, 그럼에도 그녀는 견뎌낸다.

‘클레오를 연기한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연기 경력이 없는 일반인이지만 놀라운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이 영화로 타임지 선정 올해의 최고 연기 톰10 안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놀라운 몰입도과 울림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런 합일의 경지에 이른 ‘클레오를, 감독은 거리를 둔 채 차분히 숨을 죽이며 뒤따른다. 그 안엔 당시의 아픔과 잔인함 등이 여실히 담는 동시에 그것을 덤덤히 이겨내며 살아가는 한 개인을 향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오롯이 녹아있다. 아직까지도 우리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많은 역사적 아픔과, 스크린을 통해 수없이 재현되는 잔혹한 현대사들을 고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며 경계를 뛰어 넘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로마는 12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 14일부터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안타깝게도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3사는 지난해 6월 넷플릭스 영화 옥자 개봉 당시와 마찬가지로 로마를 상영치 않기로 했다. 대한극장과 서울극장 등 전국 40개 극장에서 상영한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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