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로렌스버클리연구소, 과기부 장관에 신성철 KAIST 총장 옹호하는 서한 보내
입력 2018-12-11 19:38 

신성철 KAIST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 시절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공동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국가 연구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당 기관인 LBNL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의 감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LBNL은 이날 오후(한국시간) 유 장관에게 서한을 보냈다. LBNL은 서한을 통해 "DGIST와 LBNL간 공동연구 과제는 문제가 없었다"며 "공동연구비는 LBNL 계정으로 들어와 내부 기준에 따라 연구비로 적합하게 진행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 총장이 결제해 보낸 연구비 중 일부가 제자인 임 모 박사의 인건비로 쓰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임 박사는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거쳐서 고용됐다"며 "인건비는 경력·업무에 적합하게 책정됐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LBNL측으로부터 e메일을 받은 것이 맞는다"며 "현재 해당 실무팀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은 과기정통부가 지난 8월 DGIST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2012년 신 총장이 DGIST 총장 재직시절 LBNL 측에 국가 예산 200만달러(약 22억원)를 지급하고 5년간 고가 연구장비인 '엑스레이 빔 타임'을 사용했는데, 과기정통부는 이 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관련 장비는 사전에 신청하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연구비를 보낸 만큼 DGIST가 국가 예산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또한 DGIST가 LBNL에 보낸 연구비 중 일부가 신 총장의 제자인 임모 박사의 인건비로 활용된 것은 횡령·배임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LBNL은 유 장관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과기정통부의 감사 내용을 반박했다. LBNL은 "두 기관의 협력은 미국 법령을 준수하고 미국에너지부(DOE)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한국에서 문제가 된 임 모 박사의 인건비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지급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LBNL이 과기정통부의 감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함에 따라 과기정통부의 부실 감사 여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KAIST 교수와 총동문회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과기정통부의 무리한 감사와 총장 직무정지 요청을 비판했다. 지난 7일부터 KAIST 물리학과에서 시작된 이번 성명서는 11일 오후 3시 기준으로 KAIST 교수 205명을 포함해 과학기술계 인사 665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과학기술특성화 대학 교수들이 현 정부의 감사에 대해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지난 8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정치권에서도 과기정통부의 무리한 감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지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600여명의 교수들이 항의 성명을 했고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까지 과기정통부의 부적절한 감사과정을 지적하는 상황"이라며 "과학기술인의 비판은 현 정부에서 자행되는 찍어내기 식의 부당하고 무리한 표적 감사에 대한 불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이사회는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신 총장의 직무정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KAIST 이사회에는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등 현 정부 인사들도 포함된 만큼 표결처리할 경우 신 총장의 직무정지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LBNL이 과기정통부에 반박 서한을 보낸 만큼 과기정통부가 남은 기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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