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中企 연체율 들썩…은행들 "위험관리 강화"
입력 2018-12-11 17:38  | 수정 2018-12-12 16:14
# 지난 5일 현대·기아차 2차 협력업체인 동진주공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주철 금형을 이용해 자동차 후드와 도어, 범퍼 등을 생산하는 동진주공은 한때 매출 500억원을 넘긴 우량기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자동차산업이 불황 국면에 접어든 데다 유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실적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더니 결국 설립 45년 만에 회생법원을 찾게 됐다.
# 지난 10월 대구지방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디엔에프스틸 역시 강관과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설비를 증설하고 베트남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지만 지난해 순손실 40억원을 기록한 뒤 유동성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서서히 늘어나던 부실 중소기업 숫자가 갑자기 치솟는 '공포의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돈을 빌려준 29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이 중 190개 기업이 하위 등급인 C등급과 D등급에 속해 부실 징후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실 징후가 있는 190개 기업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정기신용위험평가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한다. 기본 평가와 세부 평가 등 두 단계를 거쳐 실시한 다음 A·B·C·D 4개 등급으로 나눠 발표한다. 이 중 A등급은 '(아직은)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한 기업'을 뜻하며, B등급은 '외부 환경 악화 시 부실 징후 가능성이 있는 기업'임을 의미한다. C등급은 '부실 징후가 나타났지만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 D등급은 '부실 징후가 있으며 정상화 가능성도 낮은 기업'이다.
올해 C·D등급에 속한 기업 190개는 전년도 199개에 비해 9개가 줄어든 숫자다. 하지만 이들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사정이 다르다. C·D등급을 받은 중소기업은 지난해 174개였지만 올해는 180개로 증가했다. 게다가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은 중소기업은 지난해 113개에서 올해 132개로 급증했다.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부실 위험 기업 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중소기업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뜻이다.
김영주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은행권의 양호한 손실 흡수 여력을 고려할 때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위기에 빠진 기업은 채권은행 등이 유동성 지원과 경영애로 상담, 컨설팅 등을 통해 정상화를 지원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실무자들이 보는 시각은 다르다.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지라도 경기가 조금 더 악화되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유동성 환경이 조금만 악화돼도 부도율이나 연체율이 확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며 "내년 은행 경영의 주안점을 위험관리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악화되고 금리도 오르는 구간에는 A·B·C등급에 속했던 중소기업이 갑자기 D등급으로 추락하는 변곡점이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돌이켜보면 이 같은 현상이 실제로 있었다"며 "하지만 누구도 이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같은 날 발표한 '10월 말 국내 은행들의 원화대출 연체율' 자료 역시 중소기업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10월 한 달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1.72%로 전월 말보다 0.06%포인트 하락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0.64%로 전월 말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0.38%로 0.04%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을 포함한 전체 은행 대출 연체율도 한 달 전보다 0.03%포인트 높은 0.58%로 집계됐다.
■ <용어 설명>
▷ 이자보상배율 :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 이 숫자가 1에 미치지 못하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써도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