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인권위 직원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10일 제19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청와대의 인권위 블랙리스트 작성 건에 대해 의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는 올해 1월 인권위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에 따라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의 촛불집회 관련 업무활동에 불만을 갖고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축출하거나 불이익을 주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 조직을 축소함으로써 미처 축출하지 못한 직원들을 사후 관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으로 봤다. 작성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인권침해 인정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권위는 경찰청 정보국이 2008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2009년, 2010년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이 중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은 2009년 10월께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당시 인권위 사무총장이었던 김 모씨에게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조사관 사무관 김 모씨 등 10여명의 인사기록카드를 건네면서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같은 블랙리스트 작성 행위가 명단에 포함된 직원들의 인권을 훼손하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형법상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 행사 방해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결론냈다.
또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비협조와 조사 권한의 한계로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해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에게 인권위 독립성 훼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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