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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언급 파장’ 승부조작 억울함 풀기, 본질만 흐려졌다
입력 2018-12-11 05:55 
승부조작혐의로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이태양(좌측)과 문우람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 태평로)=안준철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억울함을 풀려는 자리에서 억울한 선수가 생기고 말았다.”
승부조작 혐의로 처벌을 받고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은 전 NC다이노스 이태양(25)과 전 넥센 히어로즈 문우람(26)의 양심선언·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이 애초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1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둘의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이 열렸다. 둘은 승부조작으로 유죄가 확정돼, KBO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아 그라운드에 설 수 없는 처지다.
둘의 승부조작 혐의가 불거진 때는 2016년이다. NC의 주축 투수로 활약하던 이태양이 1년 전인 2015년 에이전트를 자처하는 조모씨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1회 실점하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한 것이다. 결국 수사 선상에 오른 이태양은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형이 확정됐다. 여기서 문우람이 조씨와 이태양의 연결고리인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역시 벌금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문우람은 브로커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억울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태양도 당시 검사가 문우람 통장에서 1000만원이 인출됐다는 허위의 사실을 알려 우람이가 처음부터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었고, 나도 우람이한테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 그렇게 진술했다. 하지만 나중에 검사에게 속은 걸 알고 진술을 번복하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며 NC에서 소개시켜 준 변호사가 검사와 친분이 있어 보였고, 진술을 번복하면 긴급체포를 당할 수 있다고 겁박했다. 구단 팀장도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이 많아야 징계를 경감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에 의해 문우람이 승부조작 브로커가 됐고, 변호사까지 이를 종용했다는 얘기다.
이들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우람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물론 브로커 조모씨의 진술도 중요하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로 인해 해당 검사가 승진했고, 조씨의 형량은 감형이 됐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이들이 풀고 싶어하는 억울함의 핵심은 바로 검사의 무리한 수사, 그리고 당시 상무에서 군복무 중이던 문우람이 제대로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해, 사실 다툼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양심선언,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한 본질도 바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이들은 기자회견과 동시에 약 90페이지짜리 기자회견 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에 조씨가 이태양에게 승부조작을 권하면서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설득해, 이태양이 응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해당 문건에는 이OO, 김OO, 정OO 등으로 나왔지만, 이를 읽어내려가던 이태양은 선수 실명을 그대로 밝혔다.
파장은 컸다. 이태양은 또 다른 투수 6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회유가 승부조작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은 해당 선수들을 왜 조사하지 않냐”고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했다. 자신의 승부조작 가담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명이 폭로되면서 일이 커졌다. 이태양이 언급한 선수들과 선수들이 속한 구단들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하게 나서기 시작했다.
실명이 거론된 선수들이 법적대응을 예고하면서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로 문우람이 억울하게 승부조작 브로커가 됐다는 이날 기자회견의 본질은 흐려지고 말았다. 기자회견을 지켜 본 한 관계자는 억울함을 풀자는 자리에서, 억울한 사람이 더 생겨나고 말았다”라며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우람이 억울한 상황인데, 정작 이태양이나 문우람의 얘기하고 싶은 건 묻혔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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