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단일 기종으로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잇따라 신기종 항공기를 도입한다. 내년 초 최소 1개 이상의 LCC가 추가로 생겨나는 등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기종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포함해 노선 다변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달 말 국적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B737 MAX8을 도입한다.
B737 MAX8은 미국 보잉사의 차세대 주력 기종으로, 최대 항속 거리가 6570km에 이른다. 국내 LCC가 대부분 운용 중인 B737-800(최대 5425km)과 비교하면 운항 가능 거리가 1000km 이상 더 길다. B737 MAX8은 B737-800에 비해 연료 효율이 14% 정도 좋은데다, 부품은 85% 넘게 동일해 조종사와 정비사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대 좌석 수도 기존보다 21석 더 많다. 이스타항공은 두 대를 우선적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내년에 해당 기종 4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오는 2020년까지 8대를 들여오는 것이 목표다. 제주항공은 이 기종을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최대 50대까지 들여오기로 했다. 그동안 B737-800을 임대 방식으로 운용하다 직접 보유방식으로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투자액만 5조원에 이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도 지난 2015년 계약에 따라 내년에 6대를 들여올 정도로 B737 MAX8은 국내 항공업계가 주목하는 기종"이라며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발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태국 푸켓 등 중거리 노선 운용이 가능해 LCC로서는 해당 기종으로 노선 확대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부산은 내년에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321neoLR 2대를 들여오기로 했다. 이 항공기의 운항거리는 6850km로 현재 에어부산이 운용하는 A321보다 최대 1600km를 더 간다. 또한, 연료 효율이 기존 대비 20% 높아 유류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에어부산은 기대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2020년에는 네오 2대를 추가로 도입한다.
국내 LCC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종 단일화에 적극 나섰던 과거와 비교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프로펠러 기종과 제트 기종을 함께 운용하다 프로펠러기 Q400을 전량 매각하며 단일화 작업을 마친 바 있다. 에어부산 역시 보잉사 항공기를 모두 반납하고 에어버스로 기재를 단일화했다. 기종을 단일화하면 정비시간이 줄어들고 수리비와 부품 교체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 효율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임대료 할인도 가능하다.
하지만 단거리 노선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신규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LCC로선 신기종 항공기로 기재 다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신기종 도입으로 운항거리가 확대되면 노선 운용 폭이 넓어지고, 탑승 인원이 늘어나면서 슬롯의 효율적인 활용도 가능하게 된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부산-싱가포르 노선이 열리는 만큼 운수권을 배정받기 위해 신규 항공기 도입을 각 사가 서두르고 있단 게 항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노선은 인천-싱가포르 노선 취항 이후 15년만에 새롭게 열리는 싱가포르 노선인데다 주 14회 운항해 최소 2개의 항공사가 선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 곳은 LCC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인천-싱가포르 노선의 탑승률이 80%를 웃도는 만큼 성장성 역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탑승률 예측이 가능한 부산-싱가포르 노선을 시작으로 인기 중거리 노선에 대한 LCC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다만, 항공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인 만큼 항공사가 신규 항공기로 적극 노선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더라도 여행 수요가 줄거나 수출 경기가 나빠지면 타격을 받기 쉬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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