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숙사 입사하고 싶어요" 대학생, `지옥고`로 내몰린 이유는?
입력 2018-12-07 17:11 
많은 대학생이 학교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하고 '지옥고'로 불리는 고시원·반지하·옥탑방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한 대학생의 고시원 방 내부. 침대는 두 발을 뻗고 잘 만큼의 크기가 되지 않아 매일 웅크린 채 자야 한다. [사진 = 문성주 인턴기자]

'기숙사는 그림의 떡?'
많은 대학생이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학교 앞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로 내몰리는게 현실이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할 경우 '반강제적'으로 비싼 돈을 주고도 좋지 않은 거주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
직장인 이 모 씨(여·25)에게 대학생활은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기억'이다. 대학 생활 내내 한 평 남짓의 고시원에서 고통스러웠기 때문. 이 씨의 방 주변 환경은 최악이었다. 밤새 취객의 고성은 물론, 얇은 벽으론 옆방의 숨소리마저 들렸다. 1층에 위치한 방의 일한 숨구멍인 창문은 매일같이 느껴지는 누군가의 시선에 열어둘 수도 없었다.
이 씨도 처음부터 고시원에 거주한 것은 아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그녀는 처음엔 교내 기숙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해 2학기부턴 '신입생 가산점'이 혜택이 사라져 입사에 실패했다. 기숙사 정원은 약 800여 명 뿐인데, 경쟁자는 수천 명에 달했다.
그가 재학 중인 경기도 소재의 A대학교 재학생은 약 1만3000여 명이다. 통학 가능한 학생을 제외해도 기숙사 입사 희망자는 최소 5000~6000여 명. 여기에 우선 배정 대상자인 외국인·교환학생·장애학생을 고려하면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진다.

A대학교 기숙사 행정팀장에 따르면, 기숙사 입사는 '거리'와 '성적'별로 점수를 매겨 선정한다. 특히 '거리'가 우선 고려대상인데, 그 이유는 지방에서 살거나 거리가 먼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성적은 동등한 거리에 사는 학생들 간에 우선순위를 나누기 위해 활용한다.
문제는 학교가 '먼 곳에 사는 학생들을 배려하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희망자 수에 비해 극도로 낮은 수용률 때문에 이를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작년 A대학교 외 수도권 17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7.3%에 불과했다.
이에 더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기숙사 입사 경쟁에 몇몇 학생들의 이기심이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통학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주소지 이전, 친분 등으로 '비리 입사'를 한다는 것.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들을 기다리는 건 값비싼 비용의 '지옥고'다. 한 달 기숙사 월세는 약 25만~30만원(A대학교 기준)인 반면, 한 평 남짓한 좁은 고시원의 한 달 월세는 30만~40만원이었다.
한 학기 비용으로 따지면 기숙사에 들어간 학생은 주거 비용으로 약 100만~120만원을 사용하지만, 고시원에 들어간 경우엔 120만~160만원이 필요하다. 많은 비용을 내고 기숙사에 비해 한창 뒤떨어진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것. 또 노량진 등 다른 고시원에서는 하루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A대학교 주위 고시원 중에는 밥을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있다고 해도 말 그대로 '밥'만 제공하고 있다.
고시원에서 2년 째 생활하고 있는 김 모씨(25)는 "최근 국일고시원 화재사건으로 취약 계층의 주거 공간인 고시원이 주목받고 있다"라며 "하지만 갈 곳 잃은 대학생의 주거공간인 지옥고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되지 않고, 거주 문제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디지털뉴스국 문성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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