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2월 6일 뉴스초점-그 사람이 돌아온다
입력 2018-12-06 20:09  | 수정 2018-12-06 20:28
18세 미만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생활과 치료, 재활을 시켜주는 아동복지시설이라는 게 있습니다. 시간별로 아이를 맡아주지만, 아예 아이를 위탁 양육할 때도 있으니, 이 아이들에게 이 아동복지시설은 집이나 다름없지요.

그런데, 한 아동복지시설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떨고 있습니다. 2년 전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사직했던 당시 시설장이 이번엔 더 높은 자리, 그 센터의 우두머리 격인 센터장이 돼 돌아온다고 하거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겠지만, 법적으론 됩니다.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이 아동학대로 고발당한 해당 시설장에게 일정 기간 상담을 받으라는 '상담 위탁 보호처분'을 내렸거든요. 현행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사람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지만, '보호처분'은 그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취업을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그는 재단의 신임 센터장 채용에서 최종 후보자로 낙점돼 지금 인수인계를 받는 중입니다.

비단, 이뿐일까요. 지난 10월 광주의 한 보육원에선 아동학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원장에게 15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지만, 이 원장은 같은 재단 내 또 다른 교육 시설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원생 간 성 학대와 폭행, 횡령과 직원 채용 비리 등 말 그대로 '범죄 종합세트'인 서울의 모 보육원도 이름만 바꾼 채 같은 사람이, 같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요.

시설이 그대로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이 그대로면 시설 용도를 바꾸면,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걸 두고 '법이 있으면 뭐하냐.'고 하는 거죠. 결국 피해는 학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곳의 아이들에게로 돌아갈 뿐입니다.

'제가 낳은 자식도 학대하는 세상에 남의 자식 잘 키워주겠냐.'는 푸념도 나오긴 하지만, '내 자식 귀하듯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것조차 지키지 않으면 아주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도 함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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