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2월 5일 뉴스초점-법 개정 그리 어렵나요?
입력 2018-12-05 20:05  | 수정 2018-12-05 20:35
당장 내년 3월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 요즘 고민 많으시죠. 많은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가 낸 돈을, 아이들을 위해 쓰지 않고 원장의 쌈짓돈처럼 써왔으니까요.

이 때문에 지금 국회엔 '박용진 3법'이라는 게 발의돼 있습니다. 사립유치원의 회계를 투명하게 만들자는 건데, 발의될 때만 해도 국회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었죠. 마치 최단 시간에 통과라도 될 듯이요.

그런데 지금 이 법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여당과 한국당이 싸우고 있거든요. '사립유치원에도 정부 회계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자.', '비리로 징계를 받은 후 이름만 바꿔 유치원을 다시 개원하는 걸 금지하자.', '설립자의 전횡을 막기 위해, 원장 겸직을 금하고 정부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변경해서 돈을 유용하면 처벌하자.' 이 중에, 상식적으로 크게 논란이 될 게 있나요?

정부의 지원금 없이 운영된다면 개입할 필요도 없겠지만, 2조 원이라는 나랏돈이 투입되고 있으니, 당연히 설립자나 원장들은 교육 외에 돈을 사용함에 있어 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비리를 막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법안을 만들어 제대로 규제를 하는 게 맞죠.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부패 척결 추진단이 내놓은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 방안은, 한유총의 집단휴업 움직임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반성은커녕 달라진 게 없죠. 그때, 법과 제도만 제대로 정비했더라도 지금 이런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속내야 어찌 됐건 결과적으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치권이 있고 국회가 중심을 못 잡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가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폐원을 고려하는 사립유치원이 94곳으로, 지난주보다 9곳이나 더 늘었다고 하죠.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길 유치원이 많아지길 바란다면, 여야의 기 싸움, 정치적 이해관계,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죠. 저출산이 문제라는 나라에서, 아이들 유치원 보내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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