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규제로 반사효과…非강남 분양 `훨훨`
입력 2018-12-05 17:47  | 수정 2018-12-05 19:36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평균 청약경쟁률 98대1을 기록한 노원구 상계동 `노원 꿈에그린` 견본주택 전경. [매경DB]
지난 4일 1순위 청약 접수를 한 서울 수도권 단지 중 가장 주목도가 높은 곳은 단연 강남권 반포에서 1년여 만에 나온 '디에이치 라클라스'였다.
그러나 이날 최고 경쟁률은 디에이치 라클라스가 아닌 '힐스테이트 녹번역'이 썼다. 은평구 응암1구역 재개발로 세워지는 이 단지는 일반분양 336가구 중 특별공급 142가구를 100% 다 소진한 후 남은 194가구에 대한 1순위 접수를 했는데, 총 1만1455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59대1을 기록했다. 강남을 넘어선 강북 청약 인기를 증명했다.
실제로 올해 청약 접수를 한 서울 단지들을 분석해본 결과 강남권 아파트에서보다 비강남권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훨씬 높았다.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중 강남4구 아파트는 2개뿐이었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대 차익이 예상된다고 해 '로또 아파트'라 불리는 강남권보다 실제로는 비강남권 쪽으로 청약이 더 많이 몰리고 있는 게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부자 아파트의 기준이 되는 '9억원 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9억원이 넘는 주택을 '고가주택'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하는 것은 물론, 분양시장에서도 중도금 대출에 대한 보증을 해주지 않고 있다.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분양받으려면 자체적으로 통상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을 현금으로 갖고 있거나, 자력으로 대출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강남권 아파트는 강동구 일부를 제외하곤 초소형조차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다는 것. 강남·서초 일대 평균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이 훌쩍 넘은 지 오래다.
이번에 분양한 디에이치 라클라스에서 가장 저렴한 전용 50㎡ 분양가도 10억5200만원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평균 분양가가 아직도 3.3㎡당 1000만~2000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비강남권 단지들 인기가 되레 치솟았다. 특히 용산, 마포, 성동 등은 물론 외곽인 노원, 도봉, 강북 등의 몸값마저 치솟은 덕분에 오히려 강남이 아닌 곳에 청약을 신청하는 게 초기 투자금액은 적으면서도 똑같이 억대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지난 8월 말 분양한 노원구 상계주공8단지 재건축 '노원 꿈에그린'은 3.3㎡당 분양가가 1800만원대로, 가장 비싼 전용 114㎡ 분양가도 7억5000만원 선이었고, 물량이 가장 많았던 전용 84㎡는 5억원대 중후반~6억원대 초반의 가격이 매겨졌다. 상계동 일대 전용 84㎡ 실거래 가격을 보면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있지 않은 새 아파트도 5억~6억원대라 메리트가 있었다는 평가다. 결국 중도금 대출 등에서 자유롭고, 서울에서 새집을 이 정도 가격에 구매하기 힘들다는 심리가 작용해 이 단지는 평균 경쟁률 98대1을 기록하며 올해 서울 최고를 찍었다.
이 밖에도 분양가가 9억원 이하가 대다수인 비강남권 단지들은 대부분 강남권 청약경쟁률을 가볍게 넘으며 성공리에 분양을 마무리했다.
영등포구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와 '신길 파크자이'는 나란히 80대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받아들었고, 4일 접수한 '힐스테이트 녹번역'이 59대1로 그 뒤를 이었다.

그다음으로 청약경쟁률이 높은 단지는 '신마곡 벽산 블루밍'(55대1), '마포 프레스티지자이'(50대1), '힐스테이트 신촌'(48대1) 등이었다.
강남권 단지 중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곳은 지난 3월 '디에이치자이 개포' 이후 오랜만의 강남 분양으로 화제가 된 '래미안 리더스원'(42대1)과 강남4구로 묶이긴 하지만 분양가가 역시 9억원을 넘지 않았던 강동구 '고덕자이'(31대1)뿐이었다. 그러나 래미안 리더스원에선 1순위 청약 부적격자가 속출했고, 중도금 대출 등 어려움 때문에 당첨을 포기한 사람도 많아 전체 당첨자 232명의 10%가 '미계약분'으로 남아 자격 제한 없는 추첨으로 넘어간 상태다.
강남 아파트 청약이 '로또'라는 이야기에 '묻지마 청약'을 했다가 덜컥 당첨됐지만, 막상 자금 마련이 쉽지 않자 포기한 사람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중도금 대출이 안되는 강남 아파트 분양은 이처럼 청약통장도, 1순위 자격도, 가점도 필요 없는 '잔여가구 추첨'으로 넘어가 '부자들의 잔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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