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윤장현 "노무현 혼외자 말 나오는 순간 몸 떨려…바보됐다"
입력 2018-12-05 16:45  | 수정 2018-12-12 17:05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 모 씨에게 거액을 사기당하고 자녀 채용 청탁까지 들어준 이유에 대해 "노무현의 혼외자 말이 나오는 순간,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윤 전 시장은 또 다음 주초 귀국,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료봉사 활동차 네팔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시장은 오늘(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권 여사를 사칭한 김 씨가 "정말 어려운 말을 꺼낸다. 이제서야 알았는데 억장이 무너진다. 비서관한테도 말을 못 했다. 노 대통령이 순천 한 목사의 딸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다. 노무현 핏줄 아니냐. 거둬야 하지 않겠느냐. 이들을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며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권양숙입니다. 딸 사업문제로 5억 원이 급히 필요하다"는 문자 메신지를 받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권 여사를 사칭한 전화 속의 김 씨와 30여분 통화한 윤 전 시장은 "전화 말미에 노무현 혼외자 말을 듣는 순간 소설처럼 내 머리에 뭔가가 꽂힌 것 같았다"며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인간 노무현의 아픔을 안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내 이성이 마비됐다. 내가 바보가 됐다"고 한참을 자책했습니다.

김 씨는 윤 전 시장에게 "애를 보살폈던 양모(養母)가 연락을 줄 테니 받아보고 챙겨달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줬습니다.

권 여사와 김 씨 등 1인 2역을 한 사기꾼 김 씨는 2∼3일 뒤 직접 시장실에 나타나 태연히 자신의 두 자녀의 취업 청탁을 했습니다.

김 씨 아들은 김대중컨벤션센터 계약직으로, 딸은 모 사립중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가 지난 10월과 지난 4일 각각 계약이 만료됐거나 자진 사직했습니다.

김 씨는 학교에 취업한 딸의 결혼 주례도 윤 전 시장에게 부탁하는 등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4차례에 걸쳐 돈을 송금받은 김씨는 윤 전 시장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권 여사의 진짜 딸(노정연)도 사기에 동원했습니다.

"(정연이가)사업상 어려움을 겪어 중국 상하이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송금을 재촉했다고 윤 전 시장은 말했습니다.

윤 전 시장은 공천을 대가로 거액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항간의 시선에 대해 "한마디로 말이 안 된다"며 강한 어조로 항변했습니다.

"공천 대가라면 은밀한 거래인데 수억원을 대출받아서 버젓이 내 이름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며 "말 못 할 상황에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는 말에 속아 보낸 것뿐이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시장은 "사기꾼 김씨와 전화 통화는 3-4차례, 문자는 40여 차례 오간 것 같다"며 "내가 속지 않았다면 최근(10월)까지 문자를 주고 받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윤 전 시장은 "김 씨가 사기죄와 공직선거법을 거론하며 조사에서 이른바 딜을 거론했다"며 "이 같은 사실도 내가 경찰 조사에서 다 밝혔다"고 말하는 등 공천대가설을 부인했습니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3일까지 출석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윤 전 시장은 "반드시 13일 이전에 검찰에 나가 모든 것을 밝힐 것이며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며 "자랑스러운 광주의 역사에서 전직 시장이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 자체가 시민들께 죄송하고 부끄러울 뿐이다"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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