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쓰레기에서 가치 찾는 서울새활용플라자 가보니
입력 2018-11-29 18:03 

2017년 9월 5일 개관한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활용 복합 문화공간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람이 살아가는데 쓰레기는 필연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일 평균 쓰레기는 41만5345t(2016년 기준)으로 한 사람이 매일 1㎏ 이상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셈이다. 전 지구적 고민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도 변화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으로 줄이고(Reduce) 재사용(Reuse)하고 재활용(Recycling)하는 '3R 운동'을 전개해왔지만 이제는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새활용(Upcycling)'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새활용은 버려지는 자원 속에서 가치를 찾기 위해 디자인을 더하거나 쓰임새를 바꾸는 자원 순환의 새로운 방법이다.
우리에게 아직 낯선 새활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방문했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지하에는 쓰레기를 분리·분해해 새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 분류하는 '소재은행'이 있다. 새활용할 소재의 공급자·수요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다. 소재은행은 시민들과 업체에서 기증받은 것 중 새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찾고 버려진 물건을 원재료로 분해하고 기증받은 재료를 보관한다. 장난감, 단추부터 현수막, 자동차 시트까지 다양한 소재들이 새활용 되길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부터 시민들은 소재은행에 저장된 소재들은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옆에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기증받은 중고 물품을 집하하고 분류하는 '재사용작업장'이 있다. 서울 시민들이 기증한 생활용품부터 의류까지 20~30t이 이곳에서 모여 쓰임에 맞게 나뉘게 된다. 특히 의류는 재활용이 용이하기 때문에 절반의 비중을 차지한다. 재사용작업장에서 선별 후 실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 30~40% 정도가 재사용된다.
1층으로 올라와 새활용을 위한 상상을 시제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팹랩(Fab Lab) '꿈꾸는 공장'에 들어섰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엔지니어들의 고민이 현실로 실현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금방 버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설계하고 샘플을 제작한다. 3D프린터, 대형 CNC머신, 레이저커팅기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 필요한 예비 창업자들은 이용이 가능하다. 올해 6월부터 운영했지만 한 달 평균 이용자가 800~1000명에 달할 정도로 붐빈다.

3층과 4층에는 40여 곳의 스타트업, 청년기업, 사회적 기업의 공방이 입주해 있다. 모든 기업이 새활용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이 새활용에 기반하고, 시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렉또베르쏘(RECTOVERSO)'의 김준혁 작가(44)를 만났다. 렉또베르쏘는 도서관에서 폐기된 책이나 종이를 가지고 새활용해 전시·교육을 한다. 원래는 전통 예술 제본을 했으나 현재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작업도 겸하고 있다. 김준혁 작가는 벽에 걸려있는 작품을 가리키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교육은 다독을 강조하지만 책을 깊이 읽는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면서 "책을 많이 읽으면 머리가 커지고 깊이 읽으면 마음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윤대영 서울새활용플라자 센터장을 만나 새활용의 비전을 물었다. [사진 출처 = 손지영 인턴기자]
윤대영 서울새활용플라자 센터장을 만나 새활용의 비전을 물었다.
-새활용이란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새활용은 버려진 쓰레기에 예술과 메시지를 넣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더 가치 있게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자원을 활용하는 걸 넘어 사회적 메시지도 전달한다. 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한 '?바이?' 기업은 반려견 의류에 'Don't buy it. Adopt them'이란 문구를 넣어 판매한다. 반려견을 펫숍에서 사는 물건으로 보지 말고 입양하는 가족으로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진다. 이런게 새활용이다.
-공방이 많이 입주해 있다. 현재 널리 쓰이는 새활용 제품이나 기술이 있는지
▷현재는 없다. 아직 새활용이 사회를 변화시키기에는 부족하다. 공방에서 만드는 제품은 버려지는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자동화된 공장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구매자는 재활용으로 만들었는데 왜 제품 가격이 비싼지 의문을 품게 되지만, 이 제품들은 돈을 벌기 위함보다 사회가 변화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어떤 방향인가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전시장에 미래의 주택을 꾸밀 예정이다. 집을 지을 땐 집 구조, 설계부터 실내의 의식주까지 거의 모든 소재를 종합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새활용된 건축 자재만 사용해 집을 짓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요즘에 친환경 건축이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패시브 건축 같은 걸 많이 얘기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아직 우리에게 주택은 돈을 주고 사는 일종의 상품인데 이를 탈피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집을 짓고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밖에 서울새활용플라자가 가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나
▷유초등생에서 은퇴자까지 전 세대에 걸쳐 생애주기별 새활용 교육을 할 예정이다. 또 시민들이 의류나 가구, 전자제품 등을 직접 수리해서 쓰는 '우리동네 업사이클 플라자'를 2020년부터 25개 구마다 하나씩 확대해 마을 공동체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현재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시민 주말 업사이클 문화장터를 더 활성화한다.
-새활용의 목표가 있다면
▷'휴먼 업사이클'을 얘기하고 싶다. 자원을 넘어 사람도 업사이클 돼야 한다. 인간이 문명을 통해 단절과 고립을 겪었다면 이를 연결하는 게 업사이클이다. 입주한 기업 중 '플레이31'에서 만든 구름 도장이 있다. 치매 노인을 위한 도구로 활동지에 도장을 찍으면 그림이 완성돼 정서적 치유와 회복을 돕는 교육용 키트다. 치매 노인의 기억을 이어주고 단절된 사회와 연결하는 것을 돕는다. 이런 게 휴먼 업사이클이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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