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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투자 한수] 日 반면교사 삼아 `금융문맹` 해소나서야
입력 2018-11-29 17:27 
1991년 말 겨울, 필자가 일했던 뉴욕의 스커더라는 자산운용회사에서 회의 때 일어난 일이다. 스커더는 일본의 미래를 분석하는 지혜를 모으기 위해 모든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를 소집했다. 당시는 일본 경제가 호황이었고 세계가 일본의 경영 방식을 따라가야 한다고 할 때였다. 하지만 스커더는 일본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때 회의에서 내린 일본 경제에 대한 예측은 지금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회의에서 나온 결론은 일본에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따라서 일본 주식 비중을 최저로 낮추고 한국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측의 근거는 일본의 급속한 고령화, 다양성을 중요시하지 않는 교육과 문화,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업 문화,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일본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더불어 고부가가치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지적했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축적된 많은 자산이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 버블에만 기여했다. 주식 투자를 외면하고 많은 자산이 은행 예금에 머무른다는 사실이 결국 일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 생각이었다. 일본 국민의 금융문맹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도 문제를 더욱 가속화했다.
우리는 현재 일본의 과거 문제들 대부분에 직면해 있다. 다만 1990년대 세계 환경과 지금 환경은 다르다. 일본이 겪었다고 해서 우리도 답습할 것이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고 지정학적으로 많은 기회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생겨날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도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주식시장이 일본처럼 버블이 아닌 것도 다행이다.
다만 우리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를 알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특히 빈부 격차 심화, 노후 준비, 고령층의 빈곤율 등을 해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생각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자본주의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을 하고, 기업가 정신을 존중해 가능한 한 창업을 독려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교육제도는 훌륭한 기업가를 배출하기 힘들다.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공부만 잘하면 되는 제도는 너무나 많은 부작용을 유발한다. 중국은 대학생 중 40% 이상이 창업을 원하는데, 한국이나 일본은 5% 안팎에 불과하다. 또 한국 대학생 중 25%가 공무원 등 안정된 직업을 원한다는 사실이 한국의 경쟁력을 어둡게 한다. 일본에서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지 않는 이유는 경쟁력 없는 교육제도다.
아울러 금융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금융문맹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금융 교육을 해야 한다. 돈에 대해 솔직해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금융문맹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무지함으로 인해 사교육비로 낭비되는 돈을 젊은이들 창업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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