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드루킹 "김경수가 삼성·네이버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입력 2018-11-28 13:22  | 수정 2018-12-05 14:05

'드루킹' 김동원 씨는 자신들이 작성한 경제민주화 관련 보고서를 문재인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또한 김경수 경남지사가 "삼성과 네이버는 건드리지 말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오늘(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서 과거 김 지사와 나눈 대화라며 이 같은 얘기를 꺼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7일 김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이 작성한 경제민주화 관련 보고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일당은 당시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재벌기업을 인수·합병해 얻은 수익금으로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대통령이 그 보고서를 수락했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김경수가 '대통령이 보고서는 봤다'면서도 사실상 우리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거절하는 것으로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김경수가) 특히 저희 보고서 안의 기업 중 삼성이나 네이버는 건드리지 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며 "상당히 기분이 나빠서 더는 문재인 정부와 추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가 불쾌해하자 김 지사가 새로운 제안을 꺼냈는데, 그게 바로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김경수가 제게 '대통령이 안희정 지사를 당 대표 만드는 데 관심있다'면서 '안 지사가 당내 조직 기반이 없으니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가 도와달라'고 했다"며 "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를 느껴서 그 뒤에도 김경수와 관계를 이어갔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 주장에 따르면 김 지사는 그 뒤 김 씨에게 전화해 "청와대 들어갔다 나오는 길인데 지난번 말한 거(당 대표 프로젝트) 허락받았다. 너는 스탠바이하고 기다리고 내가 대통령과 안 지사 설득하면 그때 움직여라"고 말했습니.

김 씨는 김 지사의 보좌관 한 모 씨에게 500만원을 건넨 것도 안 지사 일을 함께할 '동지'로 생각해서 생활비 명목으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두형 변호사의 인사청탁 대가가 아니었다는 취지였습니다.


김 씨는 "한 씨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 추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행정관이나 보좌관은 아무 힘이 없다"며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는 정치인들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한 예로 김 씨는 "한 씨가 청와대 권력서열 1위는 대통령, 2위는 윤건영(국정기획상황실장), 3위는 김경수라고 했다"며 "과거 민정수석에게 가던 정보가 국정상황실 윤건영에게 들어가서 사실상 넘버 1위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씨가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해선 "김경수가 청와대에 박아놓고 부려먹는 아바타"라고 평가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입니다.

김 씨는 한 씨가 이후에도 "청와대 선임행정관 가면 청와대 정보를 빼내는 '빨대(정보원)' 해줄 테니 돈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한 씨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 같아서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 씨는 오늘(28일) 법정에서 "매번 집요하게 만나자고 요구하고 약속장소 잡은 게 김동원이고 저는 한 번도 먼저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저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허익범 특검팀은 한씨에게 500만원을 준 혐의와 관련해 김 씨에게 징역 10개월, 뇌물수수자인 한 씨에겐 돈을 돌려준 점을 감안해 징역 8개월을 구형했습니다. 뇌물 전달 과정에 개입한 김 씨 일당 2명에게도 각 징역 4개월∼징역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 일당이 다른 혐의로 재판 중인 점을 고려해 한 씨에 대해서만 내년 1월 4일 선고하기로 했습니다. 김 씨 일당은 다른 사건들의 심리가 마무리되면 함께 선고할 계획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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