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이면 싸진다? `공구`의 명암
입력 2018-11-27 16:56 
일정 수의 구매자가 모여야 해 배송 기간이 길어지지만 공구족들은 시중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낸다. [사진 = gettyimagesbank]

직장인 이 모씨(27)는 옷이나 화장품을 살 때 쇼핑몰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는다. '공구'(공동구매)에 참여해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서다. 그는 "다른 쇼핑몰에서 20만 원 정도에 파는 코트를 15만 원대에 샀다"며 "조금 오래 기다리기는 하지만 니트 한 벌은 더 살 수 있는 돈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구족들이 늘어나면서 구매 품목도 다양해지고 희귀물품까지 저렴하게 득템할 수 기회가 늘어났지만 물건 배송기간이 길고 변심에 따른 반품도 힘들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구는 '총대'라고 불리는 개인 주최자가 판매업자와 대량구매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을 약속하고 올린 모집 글에 소비자들이 돈을 입금하고 참여하는 형태다. 물론 예전에도 주부들이 모이는 '맘카페'나 전자기기·취미용품 같은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행태로 공구가 이뤄졌지만 공구 문화가 확산되면서 요즘은 아이돌 팬들이 모인 팬카페나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공구 게시물이 등장한다. 포털사이트에 공구모집을 검색하면 게시글이 70만 개에 달할 정도다. 대부분 시중보다 20~30%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다.
품목도 다양해졌다. 농수산물부터 옷·신발·화장품·인테리어 소품까지 없는 게 없다. 직접 공구를 여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공구 이용객들이 늘어나면서 참여자를 모으기가 쉬워 원하는 대부분의 상품을 공구형태로 살 수 있다는 것이 공구족들의 설명이다. 때로는 공구를 열기 전 특정 쇼핑몰이나 제품 이름을 거론하며 공구를 요청하는 글을 올려 수요 조사를 하기도 한다.

공구에 참여하는 이유가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다는 것도 공구의 매력이다. 대표적인 것이 맞춤제작이다.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소 수량만큼의 구매자가 모이면 주최자가 기존에는 판매하지 않던 길이나 색감의 옷을 의뢰하는 방식이다. 단독으로 판매하지 않는 세트상품에 있는 구성품을 위해 모이기도 한다. 피규어를 모으는 것이 취미인 20대 김은영 씨는 "특정 세트에 원하는 피규어가 있는데 모두 사기에는 부담돼 사람들을 모아 세트를 샀다"고 말했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렴하게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우선 일반 제품과 비교하면 배송 기간이 길다. 본인이 공구에 일찍 참여했어도 판매자와 약속한 수의 사람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생산되기 전에 공구모집이 이뤄지기도 해 한 달 가까이 물건을 기다는 일도 빈번하다.
교환과 반품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한 공구가 완료된 뒤에는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늘어난다.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중고거래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물건에 하자가 있을 때도 해결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판매자와 연락을 못 해 포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제품의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맘카페를 비롯한 23곳을 선전해 공구가 이뤄지는 제품 100개를 점검한 결과 57개 제품이 불법 유통이나 허위·과대 광고로 적발해 시정·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개인이 주최하는 방식으로 열리는 공동구매는 개인 간 거래라서 피해가 발생해도 소비자분쟁 해결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저렴하게 구매해 잘 사용하면 좋지만 잘 살피고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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