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배럴당 55달러 깨진 국제유가에 정유·화학 희비 교차
입력 2018-11-22 13:39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른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던 국제유가가 한달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정유업계와 화학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20달러(2.3%) 상승한 54.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0.95달러(1.52%) 오른 63.48달러에 마감됐다. 전일 WTI가 6.6%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해 저가 매수가 나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WTI는 지난달 3일 배럴당 76.41달러로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약세를 기록하며 지난 20일 배럴당 55달러선이 무너졌고, 전일에도 이를 회복하지 못했다.
유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정유업계는 4분기 실적에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재고평가손실은 미리 사둔 원유의 가격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장부상 손실이다. 정유업체들은 1000만~2000만배럴 가량의 원유를 비축해두고 있어 유가가 배럴당 5달러 떨어질 때마다 SK이노베이션은 약 10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제유가가 고점을 찍은 지난달 4일(한국시간) 이후 전일까지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주가는 각각 8.74%와 17.84% 하락했다.

반면 원유 정제 부산물인 납사를 분해해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화학업체들은 유가 하락이 반갑다. 원료인 납사 가격이 떨어져서다. 국제 납사 가격은 지난달 3일 배럴당 81.3달러에서 전일 53.98달러로 33.6% 떨어졌다. 이에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난달 4일부터 전일까지 10.3% 올랐다. 같은 기간 LG화학도 3.3% 상승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정유업계와 화학업계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판매하는 제품 가격의 변동성에 있다.
정유업계가 파는 석유제품의 가격은 국제유가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실제 고점을 찍은 지난달 3일 이후 전일까지 국제유가는 28.5%, 국제 휘발유(95RON) 가격은 28.73% 각각 떨어졌다.
화학업체들의 제품 판매 가격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다. 납사를 분해해 만든 에틸렌 등을 회사 내부에서 중간 원료로 사용해 또 다른 소재를 만들고, 외부에 판매하는 제품도 장기 계약을 맺고 공급해서다. 대신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가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
반면 정유업체들은 유가가 오르면 재고평가이익을 얻는다. 실제 지난 2016년 초 WTI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진 뒤 오르면서 정유업계는 2016~2017년 2년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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