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새 주인 찾는 쿠사마 야요이 `땡땡이 비너스`
입력 2018-11-19 10:07 
세실리 브라운 '피자마 게임'

1950년대 전쟁의 폐허에서 고전했던 한국 작가들에게 파리는 로망이었다. 세계 예술의 중심에서 견문을 넓히고 자신을 시험하고 싶었다. 프랑스로 가는 여비만 간신히 챙겨 고단한 타국 살이를 시작한 작가들이 있었다. 바로 한국 추상화 거장 김환기(1913~1974), 권옥연(1923~2011), 남관(1911~1990), 이성자(1918~2009), 이응노(1904~1989) 등이다. 동양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서구 미술 이론을 받아들여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서울옥션이 이들의 작품을 오는 25일 올해 마지막 홍콩 경매에 출품한다. 먼저 블루칩 작가인 김환기 1968년작 '12-Ⅲ-68 #2'가 새 주인을 찾는다. 면과 면이 만나는 부근에 파란색, 붉은색, 초록색 색점을 나열해 고요함 속에 운율감을 부여하는 그림이다. 중앙에는 원형 색점을 크게 그려 넣어 균형미를 이뤘다. 경매 추정가는 7억5000만~12억원이다.
앤디 워홀 1986년 '자화상'
청회색과 암회색 등 도회적인 색채 미감을 보여주는 권옥연 '목정(木精) A'(추정가 1억3000만~2억2000만원), 한국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허물어진 돌담이나 동양 고대 상형 문자를 작품에 투영시킨 남관이 1965년에 그린 '폐허의 기념물(5500만~8500만원), 무채색으로 서예 문자 형상을 보여주는 이응노 '무제'(3500만~6500만원), 기하학적인 화면 구성을 보여주는 이성자의 1959년작 '무제'(1억2000만~1억7000만원) 등도 출품된다.
이외에 일본 인기 작가 쿠사마 야요이(89), 미국 팝아트 선구자인 앤디 워홀(1928~1987),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 세실리 브라운(49), 프랑스 출신 미국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 등 외국 거장 작품을 비롯해 총 54점, 270억원 규모를 출품한다.
쿠사마 야요이 '무한 그물에 의해 소멸된 비너스 상'
쿠사마 야요이 '무한 그물에 의해 소멸된 비너스 상' 경매는 30억원에 시작된다. 작가의 상징인 물방울 무늬로 비너스를 뒤덮어 자아소멸을 보여준다. 같은 패턴으로 뒤덮은 회화 앞에 비너스를 세워 일치시킨다. 가장 이상적인 육체를 가졌을지라도 쿠사마의 우주에서는 점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각상이다.
이번 경매 최고가는 세실리 브라운 회화 '피자마 게임'으로 추정가는 43억~70억원이다. 조지 애봇 감독의 동명 영화 제목을 차용했으며, 붉은색과 핑크색 물감이 뒤섞인 추상적 풍경 속에서 유동적인 인물들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다.
앤디 워홀의 1986년 '자화상'도 추정가 23억~36억원에 나온다. 검게 칠해진 캔버스 배경과 무표정한 형광색 얼굴이 강한 대비를 이루는 작품이다.
루이스 부르주아가 1991년 제작한 '클리비지'(Cleavage)'도 추정가 22억~36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여성의 신체 일부를 파편화해 조합한 대리석 조각으로, 모성과 사랑으로 세상의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의도를 담아냈다.
독일 설치 미술가 안젤름 키퍼(73) '오리온'은 추정가 8억5000만~13억원에 나온다. 4m에 달하는 대형 캔버스에 그리스 신화 속 오리온과 아르테미스, 아폴론, 제우스 이야기를 담은 별자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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