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혜경궁김씨 트위터 이재명 지사 부인 소유 결론
입력 2018-11-18 13:36  | 수정 2018-11-18 14:09

경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라는 수사결과를 내놨다.
검찰과 사법부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온다면 "아내는 SNS 계정이 없고 하지도 않는다"고 일갈해 온 이 지사의 도덕성과 정치생명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으로 고발된 김씨에 대해 19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4월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트위터 계정(@08__hkkim)을 사용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고발장 접수 후 30여회에 걸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통신허가서를 발부 받아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 결과 김씨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정 후보를 당선하지 못하게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죄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은 미국 트위터 본사가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 정보 공개를 거부하자 혜경궁 김씨 계정이 사용된 2013년부터 5년여간의 업로드 글을 뒤졌다. 4만건이 넘는 글이다.
이 글이 단서가 돼 하나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성남에 거주하고, 여성이며, 군대에 간 아들이 있고, S대에서 음악을 전공했다는 계정 소유주의 정보가 김씨와 일치했다.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가 '44'이고, 이메일 아이디도 비슷했지만 결정적 증거로 보기에는 약했다. 그러다 경찰은 트위터 글 아래에 '안드로이드폰에서 작성된 글'이라고 찍히던 부분이 2016년 7월 중순부터 '아이폰에서 작성된 글'로 바뀌었다는점을 찾아냈다. 같은 시기 김씨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아이폰으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이 것만으로 트위터 주인을 결론 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관련 글을 추가로 분석했다. 2014년 1월 15일 오후 10시 40분 김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 지사의 대합 입학 사진을 발견했다. 김 씨가 사진을 올린 뒤 10분 만에 문제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고, 다시 10분 뒤 이 지사의 트위터에도 같은 사진이 올라왔다.
수십 년 전 이 지사가 어머니와 단둘이 찍은, 가족이 아닌 제3자는 알기 어려운 희귀 사진을 '혜경궁 김씨'는 이 지사보다 10분 먼저 트위터에 올렸다.
김 씨가 아닌 누군가가 김 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문제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이 사진은 김 씨와 혜경궁 김씨 계정 소유자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경찰에 확신을 줬다. 2013년 5월 18일 이 지사가 트위터에 올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의 사진이 다음날 낮 12시 47분 '혜경궁 김씨' 트위터와 오후 1시 김 씨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것도 결정적 단서가 됐다. 김 씨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진은 캡처된 것으로 캡처 시각은 '12시 47분'으로 나타났다. '혜경궁 김씨'가 사진을 올린 지 불과 수십초 만에 캡처가 된 것이다. 경찰은 이러한 여러 단서를 종합해 김씨가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결론냈다.
이 지사는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이 트위터계정주를 제 아내로 단정한 '스모킹 건'이 참 허접하다"며 반발했다. 이 지사는 '트위터 계정주는 아내 카스(카카오스토리)를 보는 수 많은 사람중 하나일 수 있는데 이 점을 애써 외면하고 '트위터가 처음 사진을 공유했다'는 거짓 가정하에 '사진 주인이 트위터 계정주'라 단정한 경찰의 무지와 용기가 가상하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계정주가 쓴 '아들 둔 음악전공 성남 여성'이란 글이 증거라 하는데 익명계정에서 타인을 사칭하거나 흉내내고 스토킹하는 일이 허다한건 차치하고, 그가 이재명 부인으로 취급받아 기분 좋아했다던가, 이재명 고향을 물어보았다든가, 새벽 1시에 부부가 함께 본 그날 저녁 공연 얘기를 트위터로 나눈다는 건 부부가 아닌 증거인데 이는 철저히 배척됐다. 경찰 주장대로라면 아내는 지금도 성남 산지 30년이 안되므로 계정주(2013년 개설)가 성남 산 지 30년이라 한 건 아내가 아닌 증거겠지요?"라고 되물었다. 이 지사는 "수사 아닌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한다"면서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거 사슴일 뿐이다. 도정에 충실히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반발하자 김씨를 고발한 이정렬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스모킹건은 따로 있어요. 차분하게 기다려보세요"라고 적었다. 이 변호사는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게재하며 "경찰이 김혜경 여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 송치한 결과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제 겨우 경찰 수사가 끝났을 뿐이고 검찰 수사와 기소, 법원의 재판, 그것도 1·2·3심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면서 "궁찾사(혜경궁 김씨를 찾는 사람들) 소송인단 3245분의 염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난 6월 혜경궁 김씨를 찾는 사람들(궁찾사) 회원 3000여명을 대리해 해당 트위터의 소유주로 김씨를 지목해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소유주 논란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트위터 계정이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며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전 의원측은 지난달 고발을 취하했지만 경찰은 이 변호사가 지난 6월 '혜경궁 김씨' 계정과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김씨를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남아 있는 데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사를 지속해왔다.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은 '정의를 위하여'라는 문패를 달고 2013년께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지사의 친형인 재선씨(작고)를 공격대상으로 삼다 전현직 대통령 비난 글로 보폭을 넓혀갔다. 이 시장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설 정도로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선거판이 벌어지면서부터다. 문제의 트위터 계정은 "문재인이나 와이프나…생각이 없어요. 생각이…"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 "문재인이 아들도 특혜준 건? 정유라네" 등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문 후보 대통령 되면 꼬옥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구요"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도 서슴지 않았다. 올해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는 당내 경쟁자이던 최성 전 고양시장을 향해 "문돗개", "문따까리"라고 조롱하고 전해철 의원을 겨냥해서는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거면서"라고 비난하는 등 이 지사와 상대하는 인물이라면 당 내외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했다. 이때 네티즌들은 트위터 계정과 이 지사의 부인 김씨를 연결지으면서 '혜경궁 김씨'란 호칭을 탄생시켰다.
2016년 2월엔 "니 가족이 꼭 제2의 세월호타서 유족되길 학수고대할께"라고 적어 세월호 희생자들을 모욕하기도 했다.
[수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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