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총6위 `삼바` 멈추자…코스피 왜곡 우려
입력 2018-11-15 17:49  | 수정 2018-11-15 19:42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6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정지되면서 시장에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삼성바이오 주가가 매일 변동되겠지만, 거래정지가 해제될 때까지 14일 종가인 33만4500원에 주가가 고정되는 만큼 이 종목을 편입한 각종 지수와 펀드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트래킹 에러(tracking error· 지수 편입 비중이 높은 종목의 실제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프로그램 매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손실이 발생하는 현상)로 코스피 등 각종 지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14일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 감리 결과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삼성바이오의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삼성바이오 주권을 기초로 하는 주식워런트증권(ELW) 11개 종목의 거래도 함께 정지됐다.
다만 삼성바이오를 편입한 ETF 73개 종목과 ETN 5개 종목은 계속 거래된다. 그러나 이 경우 거래 정지된 삼성바이오 가치가 지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일종의 트래킹 에러로 현물바스켓과 코스피200지수 사이의 불일치라고 볼 수 있다. 현물바스켓에는 삼성바이오의 가치변동이 발생하는데 코스피200지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양자 간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가령 향후 바이오시밀러 산업 경쟁이 더욱 심화되며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에도 상장사인 셀트리온 주가는 해당 정보를 반영해 주가가 움직이는 반면 삼성바이오 주가는 14일 종가 그대로 반영된다.
반대의 경우 바이오시밀러사업 전망이 밝아지거나 상장폐지 가능성이 희박하면 삼성바이오의 실제 가치는 오르지만 주가와 코스피는 그대로다.
거래가 다시 시작되는 시점에 그동안의 가치 변동분이 한꺼번에 반영되기 때문에 코스피는 크게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15일 코스피 왜곡까진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것은 맞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길현 한국거래소 인덱스관리팀장은 "매매거래 정지 이후 종가로 지수에 반영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평가 가치와 멀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거래정지 해제 시 반영되지 않았던 정보가 함께 반영되며 지수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적절한 시장 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지수가 왜곡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거래정지 기간 생겨나는 정보가 코스피에 제때 반영되지 않아 지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염려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ETF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 개별 종목은 거래정지 상태지만 삼성바이오를 보유종목으로 하는 ETF는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해 괴리율이 높아질 수도 있다. 가령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ETF를 낮은 가격에서라도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면 ETF 주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삼성바이오의 시총인 순기업가치(NAV)는 그대로인데 ETF 주가만 빠지게 되면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
ETF시장에선 유동성공급자(LP)들이 거래정지 종목이 ETF에 있으면 해당 종목의 가치를 자체 계산해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한다. 이때 개별 LP들이 제시하는 호가가 다르고 그 차이가 심하면 하루 동안에도 거래가 체결되는 가격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만약 거래량이 크지 않은 ETF라면 가격 변동폭이 더 커질 수 있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개별 LP들이 제시하는 가격 차이가 커지면 거래가 원활하지 않고 가격이 요동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바이오 비중이 작은 KOSPI200자산을 토대로 한 ETF보다 헬스케어업종이나 지주회사업종 ETF가 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삼성바이오가 시총 6위임에도 불구하고 유통 주식 수는 크지 않기 때문에 유통 주식 수로 가중치를 두는 코스피200에는 편입 비중이 0.78%에 불과하다. 그러나 헬스케어ETF에는 편입 비중이 최대 20%에 달한다.
[김제림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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