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방남 이틀째 이재명·리종혁 옛 경기지사 관사서 `평화밥상`
입력 2018-11-15 15:15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 좌측)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에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을 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참석차 남방중인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5명이 15일 이틀째 일정을 소화했다.
북측 대표단은 경기도 주최 국제대회를 하루 앞두고 도가 사전에 마련한 스케줄에 따라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심장인 판교테크노밸리와 스마트팜 등을 둘러봤다.
첨단 기술·농업 사업은 북한의 최대 관심 사업중 하나로 경기도가 북측에 교류 협력 사업으로 제안한 아이템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종혁 부위원장은 시설을 둘러보며 남측 질문에 농담을 하는 등 시종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전날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북측 대표단은 15일 오전 숙소인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 2층 뷔페 내에 위치한 프라이빗 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측 관계자가 도착하기 전이었다. 식사는 옆 방에 미리 마련돼 있었지만 북측 관계자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식사는…"이라고 되묻기도했다.
이후 북측 대표단은 뒤늦게 나타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남측 관계자와 만나 조찬을 함께 했다. 조찬 인원은 총 8명. 남측 관계자가 "편히 주무셨냐. 건강은 어떠시냐"고 묻자 리 부위원장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5시에는 일어나니까"라고 답했다. 우리측 관계자가 "저녁에는 몇시에 주무시냐"고 되묻자 "10시에는 잠자리에 든다"고 답했다. 리 부위원장은 1936년 생으로 우리 나이로 올해 83세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리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은 오전 9시께 자율주행모터쇼가 개막한 경기도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밸리로 이동했다. 리 부위원장 일행을 영접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꽃다발을 건넨 뒤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고 인사했다. 리 부위원장은 웃음으로 화답한 뒤 사진촬영에도 선뜻 응했다.
리 부위원장은 방명록에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하고 비약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주를 만방에 떨치자'고 썼다. 이 지사와 리 부위원장은 기업지원허브 1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담을 했다.
20여분간의 환담이 끝난 뒤 이 지사와 리 부위원장 일행은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 셔틀'에 동반 시승해 1.5㎞ 거리의 판교제1테크노밸리 스타트업캠퍼스(성남시 분당구 삼평동)로 이동했다. 시승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리 부위원장은 "마침(자율주행차 제로 셔틀이) 시험단계니까 우리가 실험동물이 된 셈이죠"라며 여유있는 농담을 던졌다. 판교를 둘러본 소감에 대해서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찬은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굿모닝 하우스(수원소재)'에서 열렸다. 오찬을 주최한 경기도는 식사 전 북측 일행에 명란무만두, 육포율무단자, 새우관자어선, 돼지안심냉채, 장단사과샐러드, 해산물과 묵을 이용한 냉채, 장단콩물타락죽을 내놨다. 메인메뉴로는 잡곡밥(짠지무침·김치·깻잎나물), 개성인삼향연저육, 장단사과닭찜, 전복들깨미역국이 올라왔다. 디저트는 인삼정, 콩양갱, 고구마몽블랑이었다. 오찬 메뉴에 들어간 재료는 파주시 장단면 등 접경지역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경기도 파주시와 황해도 장풍군으로 '분단'된 옛 장단군의 통일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가 메뉴 구성을 자문하고, 차민욱·김동기 셰프가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이 지사는 오찬에 앞서 리종혁 부위원장의 선친(이기영 작가)이 쓴 소설책 '고향'을 선물했다.
오후 경기도 화성시 소재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태양광 식물공장' 등을 둘러본 북측 대표단은 16일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가한다.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주최하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는 과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아태지역 평화교류를 논의하는 자리다. 하토야마 전 일본총리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진상 규명과 21세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협력방안'을 발표한다. 이후 경기도와 북측 대표단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 합의문'을 채택하고 저녁에 만찬·공연 등 화합의 시간을 보낸 뒤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수원 = 지홍구 기자 / 고양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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