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선위 "고의성 있다" 삼바 "정상회계"…최종결론은 법원 몫
입력 2018-11-14 17:58  | 수정 2018-11-14 23:59
14일 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증선위, 삼바 분식회계 결론 ◆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정한 것에 대한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코스피 거래정지를 발표했고 향후 상장폐지까지 검토하는 상장적격성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가 지적한 7년치 회계를 모두 수정하는 장기간 동안 코스피에서 거래정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 측이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건은 향후 행정소송과 검찰 수사 등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대법원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1·2·3심이 진행되는 수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체는 물론 증권시장과 관련 바이오산업에 화약고로 작용하면서 금융투자시장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4일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브리핑에서 "이번 심리는 2015년 말 재무제표 확정을 위한 회사와 감사인의 회계처리 적정성, 또 연관된 2014년 재무제표를 사후에 정당화하는 노력을 하는 내용이 있다"며 "이 부분에서 고의성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2012년 계약한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을 3년여간 숨긴 뒤 2014년에야 공시하면서 고의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2015년에 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차익을 인식한 것은 잘못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4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당시 가치평가 부분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옳았냐는 데 집중한 셈이다. 종속회사로서 장부가치가 3000억원인 점을 감안해 가치평가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분식회계 규모는 3000억원을 뺀 4조5000억원이라고 증선위는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증선위는 이번 안건을 심의하면서 원칙 중심 국제회계기준의 특성과, 회사 합작사의 소재지인 미국과 한국의 회계기준 차이, 바이오 제약 산업의 특수성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은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촉발됐다. 2011년 설립돼 4년 연속 수천억 원의 적자를 이어온 기업이 2015년 갑자기 1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회계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순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분가치 평가를 5년 만에 바꾼 것이 결정적이었다.

회계기준상 종속회사는 지분취득가액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데 반해 경영권이 없는 관계사는 지분투자로 해석해 회사의 당해 시장가치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이 합작해 만든 제약개발사로 2015년 당시 지분율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1.2%, 바이오젠이 8.8%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제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49.9%까지 취득할 경우 경영권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삼성 측 논리였다.
특히 당시 회계법인이 평가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가치는 4조8000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에만 영업이익 외 수익으로 2조642억원을 반영했다. 이는 바이오젠의 콜옵셥 행사 시 지분가치 약 1조8200억원 및 기존 장부가액 3000억원, 예상 법인세 등을 제한 금액이다. 결국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6억원의 영업손실에도 1조90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행위가 아닌 자회사 지분가치가 반영되면서 만년 적자 회사가 흑자 회사로 둔갑하는 결정적인 회계기준 변경으로, 금융당국은 이 부분이 분식회계라는 지적이다.
콜옵션 계약이 경영권을 넘기거나 공동경영 형태로 바뀔 수 있다면 2012년 설립 시점부터 관계회사처리를 했어야 했다는 게 증선위 시각이다. 증선위는 추가로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바이오젠과 콜옵션 계약을 하고도 2014년에야 관련 공시를 처음하고, 또 부실하게 한 점을 들어 공시누락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자회사 설립 시점인 2012년부터 올해까지 7년치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를 모두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인 회계업계는 아쉬움을 표한다.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한 회계처리를 위해 도입한 IFRS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 측은 삼일·삼정·안진 등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3곳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논란의 근원이 된 자회사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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