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정위, '삼우건축사무소 위장계열사' 혐의 이건희 회장 검찰 고발
입력 2018-11-14 13:19  | 수정 2018-11-21 14:05

삼성그룹이 업계 실적 1위인 삼우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를 30년 가까이 위장계열사로 소유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오늘(14일) 밝혔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서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계열사 명단을 공정위에 제출하며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이하 서영)을 고의로 빠뜨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삼우 임원 소유로 돼 있던 삼우는 실제로는 1979년 3월 법인 설립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이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94년 설립된 서영은 삼우의 100% 자회사로 삼성종합건설의 손자회사인 셈입니다.

삼우의 지분 관계를 시기별로 보면 설립 이후 1982년 3월까지는 삼성종합건설(47%), 신원개발(47%·현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 임원(6%)이 지분을 100% 소유했습니다.

이후 2014년 8월까지는 차명주주인 삼우 임원에게 명의가 이전됐지만, 실질 소유주는 삼성종합건설이라는 게 공정위 판단입니다.

삼우 내부 자료 등에는 삼성종합건설이 실질 소유주로 명기돼 있습니다. 차명주주는 삼성의 결정에 따라 지분매입 자금을 받아 명의자가 됐으며, 주식증서를 소유하지 않고 배당을 요구하지 않는 등 실질 주주로서 재산권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4년 8월 삼우가 설계 부문(현 삼우)과 감리 부문(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으로 분할한 후 현 삼우가 삼성물산에 인수돼 2014년 10월 삼성그룹에 계열 편입되는 모든 과정을 삼성물산이 주도적으로 결정한 점도 위장계열사임을 뒷받침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습니다.

당시 차명주주들은 168억 원에 달하는 주식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당금 69억 원만 받고 지분을 모두 넘겼고, 삼우씨엠 지분 전량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양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삼우와 삼성 계열사 간 인사교류가 활발히 이뤄진 점, 삼우가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삼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올리며 높은 이익률을 올린 점도 공정위가 삼우를 삼성의 위장계열사로 본 근거입니다.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삼성그룹 관련 설계를 전담한 삼우의 2005∼2013년 삼성 거래 비중은 27.2∼61.1%로 평균 45.9%입니다. 2011∼2013년 매출이익률은 19∼25%에 달합니다. 삼우는 이를 토대로 업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입니다.

삼성종합건설이 삼우를 차명으로 돌린 이유는 시공사가 설계와 감리를 담당하는 회사를 가지는 데 대한 동종업계의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이건희 회장이 2000·2009·2013년 허위 지정자료 제출에 관해 제재를 받았음에도 같은 법 위반을 반복한 점,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회사에서 제외됨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각종 의무를 지지 않고 다른 혜택을 누려온 점을 근거로 고발을 결정했습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2014년 3월 행위에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처한 이유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5년)와 삼우가 삼성에 계열 편입된 시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법률에는 과징금 부과 조항은 없습니다.

앞으로 공정위는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 계열사에서 제외된 기간에 부당하게 받은 혜택(과다 세액공제·삼성과 공동 공공입찰 참여·중견기업 조세 감면)이 환수될 수 있도록 국세청·기획재정부·조달청 등에 사실관계를 통보할 예정입니다.

공정위는 7월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삼우 등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벌이는 등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조사 중입니다.

아울러 삼우와 서영이 계열 제외 기간에 주식 소유 현황 신고 의무, 주요 상황 공시 의무 등을 지키지 않은 점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공정위는 20여 년 전부터 제기된 삼우의 삼성 위장계열사 의혹을 이제야 밝혀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는 1997년 위장계열사 혐의로 삼성과 삼우를 중점관리대상에 선정하고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 조사했다가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공정위는 2016년 10월 김상조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의 신고에 따라 작년 5월 다시 조사에 착수한 뒤 이번에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홍형주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작년 하반기 익명의 제보자가 1999년 공정위 조사 때 삼성과 삼우 측에서 은폐한 증거 자료를 제출한 점이 '스모킹건'이 돼 조사 범위를 넓혔다"며 "이를 토대로 차명주주 5명을 소환하는 등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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