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를 13일 압수수색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반까지 마포구 소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무실과 국공립분과위원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2013년 국공립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던 김용희 한어총 회장이 어린이집 원장들로 구성된 분과위원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국회의원들을 불법 후원했다는 의혹과 관련돼 있다. 김 회장이 당시 모금한 금액은 4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국회의원들은 어린이집 관련 법을 소관하던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모금한 돈의 성격, 흐름을 담은 회계 자료와 연합회 회의록 등 자료를 확보했다. 또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내용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회장이 정치후원금을 건네는 대가로 당시 한어총에 불리한 법안의 입법을 막으려 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단체의 돈이 아니라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돈을 전달만 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회장의 혐의는 총연합회 일부 회원들이 지난해 2월 감사를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감사 결과 기부금 중 일부가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따라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고 회원들은 김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지난 5월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횡령 등 혐의는 무혐의 결론이 났다. 지난달 김 회장의 모금 계좌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이후 정치자금법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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