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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순간에 내가…” 숨은 MVP 김태훈의 뒷이야기 [SK V4]
입력 2018-11-13 01:10 
포스트시즌 동안 SK 불펜을 책임진 김태훈이 소회를 전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한이정 기자] 단장님이 우스갯소리로 그러셨어요. 협박 아닌 협박인데, 못 하면 자르겠다고.”
최정의 천금 같은 동점 솔로포. 한동민의 역전 솔로포. 마지막을 장식한 에이스 김광현의 역투까지. SK 와이번스의 우승을 빛낼 만한 장면은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플레이오프 때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해준 김태훈(28)의 역투를 빼놓을 수 없다.
김태훈은 이번 정규시즌 동안 61경기에 등판해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묵묵히 제 몫을 다 하던 그는 포스트시즌 들어 드디어 꽃을 피웠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을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김태훈은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에 나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1.17을 올렸다.
SK는 12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2018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5-4로 승리, 우승을 차지했다. 꾸준히 좋은 투구를 보여줬던 김태훈은 이날 2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 포스트시즌 첫 실점을 내줬다.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며 우승반지를 손에 꼈다.
경기 후 김태훈은 우승하는 순간까지 내가 함께 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그라운드에서 기뻐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함께 미소 지었다.
그는 사실 단장님께서 협박 아닌 협박을 하셨다. 못 던지면 자르겠다고 하셨다”며 웃던 그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믿어주신 만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첫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그러나 김태훈에게는 정말 뜻 깊은 시기가 됐다. 그는 이제 마운드에서 어떤 타자가 나오든, 어떤 상황에서든 주눅 들지 않을 것 같다. 정말 큰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 전 취재진에게 내가 못 던져도 괜찮다. (정)영일이 형 공이 좋다. 내가 주자 깔고 나가도 잘 막아줄 것이라 믿어 맘 편히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연처럼 김태훈은 8회말 1사 1,3루에서 마운드에 내려왔고, 정영일이 등판해 양의지에게 희생타를 맞았지만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에 김태훈은 1사 1,3루 위기에서 내려올 때도 영일이 형이면 충분히 막아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정말 막아줬다”며 우리 팀은 끈끈하고 선후배 관계도 정말 돈독하다. 이번 기회에 더 돈독해졌다”고 웃었다.
우승을 맛본 김태훈은 더 큰 꿈을 전했다. 그는 보직은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내 보직도 힘든 점도 없었고, 팀이 필요로 하던 자리였다”며 다만, 2019시즌에는 정규시즌에도 우승해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yijung@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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