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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못한 박건우, 잊고 싶지만 잊어선 안 될 네 번째 KS [SK V4]
입력 2018-11-12 23:37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도 웃지 못한 두산 박건우.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박건우(28·두산)에겐 잊고 싶은 2018년 한국시리즈다. 의욕은 넘치며 팀을 위해 희생하고자 했지만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두산은 졌고 박건우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12일 다시 방문한 잠실야구장에서도 두산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규이닝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동점 홈런을 허용하더니 역전패를 했다.
박건우의 반전도 없었다. 명예 회복을 다짐했건만, 그의 배트 온도는 쌀쌀해진 날씨보다 더욱 떨어졌다.
5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6차전, 박건우는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공교롭게 그 앞에서 두산의 공격 흐름이 번번이 끊겼다.
2회말 무사 1루서 초구에 희생 번트를 시도했지만 타구는 1루수 로맥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4회말 2사 1루에서는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잔인한 운명이었다. 꼬인 실타래는 좀처럼 풀기 어려웠다. 두산은 0-3의 6회말 1사 1,2루서 터진 최주환과 양의지의 연속 적시타로 3-3이 됐다.
SK는 켈리를 빼고 김태훈을 투입했다. 흐름이 두산에게 넘어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박건우의 타구는 병살타가 됐다. 1루로 달리던 박건우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했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아웃.

원통한 박건우는 자신의 헬멧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김태균 코치, 허경민, 오재원이 그를 위로했다. 엉덩이를 툭툭 치고, 머리를 매만졌다. ‘괜찮다는 격려였다. 박건우를 다시 뛰게 하는 힘이다.
박건우는 9회초 로맥의 장타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최정의 동점 홈런 직후였다. 자칫 흐름을 뺏길 수 있던 상황에서 호수비를 펼쳤다.
연장 13회 혈투가 펼쳐진 6차전, 두산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타자도 박건우였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길어졌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박건우의 안타는 하나였다.
정규시즌에도 간혹 안 맞을 때가 있었지만 이토록 힘겨운 적은 없었다. 박건우의 한국시리즈 타율은 0.042까지 하락했다. 한국시리즈 전 경기 선발 출전한 야수 중 가장 타율이 좋지 않다.
박건우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무엇보다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는 자책했다. 네 번째 경험이나 가장 잊고 싶은 한국시리즈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될 한국시리즈다.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할 ‘동기 부여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그는 내년 더욱 성장돼 돌아올 것이다.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기 위해. 두산의 정상 탈환에는 그의 힘이 필요하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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