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 제도 개정안에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국내 제약사들과 다국적제약사들이 동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 제약사들은 지금까지 받아온 혜택이 없어지는 데 대해, 약가 우대를 원했던 다국적제약사들은 기대했던 혜택을 받을 수 없을만큼 엄격한 기준이 나온 데 대해 각각 불만을 품고 개정안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를 개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규안을 행정예고하고 다음달 12일까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번 약가우대제도 개정은 한미 자유무역협장(FTA) 개정 협상을 하면서 다국적제약사에 불평등한 조항을 보완해야 한다는 미국 측 주장을 우리가 수용한 결과다.
개정된 내용에 따라 약가 우대를 받으려면 필수 의약품을 수입·생산하는 기업이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 없음 ▲생존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또는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 적용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의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약을 개발해야 한다.
이에 국내 제약업계는 정부가 우리 제약기업의 연구·개발(R&D) 의지를 말살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압력에 밀려 혁신신약 약가 제도 본연의 최우선 목적인 국내 제약기업의 R&D 장려를 포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국내 제약사들에게 R&D를 사실상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번 개정안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국적제약사들도 불만이다. 약가 우대를 받는 기준이 까다로운 까닭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개정안에 대해 "정부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위한 우대요건인지 불분명한 개정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문화된 우대제도가 될 것"이라며 "대상을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로 한정하고 여기에 대체 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신약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