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커피와 빨래·책과 향기...`시너지 비즈`가 뜬다
입력 2018-11-09 17:00 
카페 내에 위치한 세탁실 [사진 = 류혜경 인턴기자]

지난 8일 점심시간에 찾아간 서울 마포구 망원역 부근의 카페 '워시타운'에 들어서니 색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인스타그램에 당장 자랑해도 손색없는 카페의 한 공간을 세탁기와 건조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일명 빨래방세탁소로 빨래가 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카페에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주부 권예영(38) 씨는 "겨울에 세탁기를 못 쓸 때 빨래방을 이용하다 알게 됐는데 아이와 가도 쉴 공간이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현덕 대표는 "세탁이라는 일상의 시간을 통해서도 여유와 힐링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며 독특한 조합의 이유를 밝혔다.
최근에는 빨래방과 카페라는 이색 만남이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에 카페만을 찾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최모 씨(29)는 "직장이 근처라 카페만 찾아왔는데 집이 근처였다면 세탁도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공간에 하나로는 부족하다. 코트라는 세계 사업 모델을 선도하는 트렌드로 서로 다른 사업을 조합하는 '시너지 비즈(Synergy Biz)'를 꼽았다. 편의점과 헬스장·커피와 빨래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색 조합들에서 재미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트라는 2019년 한국에서도 시너지 비즈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런 트렌드를 따라 최근 홍대·이태원과 같이 젊은 소비자가 많은 지역에는 다양한 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가게들이 생겨나는 추세다.
독특한 조합에 재밌는 컨셉까지 더한 곳도 있다. 책과 향기를 선물이라는 주제로 묶은 영등포구 양평동의 '프레센트14'다. 향기 관련 산업에 종사하며 기반을 다진 최승진 대표(29)가 직접 만든 디퓨저와 직접 선별한 책을 판매한다. 재미있는 것은 '블라인드 북'이다. 책표지가 보이지 않게 포장돼 키워드가 적혀있다. '순수함 되찾기', '88만원 세대 탈출 방법' 등이다. 이 키워드를 통해 선물을 받는 이에게 혹은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블라인드 북을 교환해달라는 경우는 이미 읽은 책이라는 이유로 가져오신 딱 세 분밖에 없다"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처럼 취향에 맞춘 책과 향기를 추천받을 수 있어 특히 선물로 인기가 많다. 이곳을 찾았던 대학생 박희지 씨(22)는 "향과 책이라는 조합이 잘 상상되지 않았는데 향을 맡으니 마치 책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프레센트14의 블라인드북 [사진= 류혜경 인턴기자]
기존 상점에 새로운 아이템이 더해지기도 한다. 지난 7일 저녁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피망과 토마토 만화바'의 문을 열자 만화책들 너머로 다양한 수입맥주가 가득한 맥주 냉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만화카페가 아니라 '바'라 이름붙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존 만화카페였던 곳이 맥주집으로 변신했다.
만화'바'로 변신한 만화카페.[사진=류혜경 인턴기자]
이곳 사장은 "맥주를 마시며 만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며 "만화와 독자를 연결하는 허브가 돼 구매로도 많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매달 '이달의 주제'를 선정해 손님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이번달은 '여성만화'를 주제로 책들이 전시돼 있다. 강수지 씨(가명·26)와 친구들은 "맥주도 마시고 만화책도 보며 자유롭게 대화도 할 수 있어 일반 술집이나 만화카페보다 편하다"고 말했다. 테이블에는 맥주잔 옆으로 만화책이 쌓여있었다.
이홍구 한국창업트렌드 연구소 소장은 "쉽고 빠르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속도의 시대에 적응한 소비 트렌드가 시너지 비즈니스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시너지 비즈니스는 경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매출의 극대화를 노린 공급자 측의 아이디어로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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