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모가가 기대치를 밑돌아 아예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IPO 기업들의 수요예측 일정이 빽빽히 몰려 있어 상장 철회 기업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7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 하반기 IPO 대어급으로 꼽혔던 CJ CGV 베트남홀딩스는 전날 유가증권시장 상장 일정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CJ CGV 베트남홀딩스는 지난 1~2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회사측의 공모가 밴드는 1만8900~2만3100원이었으나 상당수의 물량이 공모가 밴드 하단 이하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CJ CGV 베트남홀딩스에 앞서 지난 주에는 드림텍이 코스피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드림텍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간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다음날인 2일 코스피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드림텍은 당초 오는 16일 코스피 상장을 계획했으나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두 달 새 IPO를 철회한 곳은 드림텍과 CJ CGV 베트남홀딩스를 포함해 카카오게임즈, HDC아이서비스, 프라코, 아시아신탁 등 6곳에 달한다. 특히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규모가 큰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면서 IPO 시장 투자심리에 더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장 철회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IPO 시장이 최대 성수기로 진입하면서 수요예측에 나서는 신규 상장사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에는 아시아나IDT, KMH신라레저, 싸이토젠, 남화산업 등 4개 기업이, 다음주에는 네오펙트, 에코캡, 티앤알바이오팹, 엠아이텍, 윙입푸드, 티로보틱스,베스파 등 7개 기업이 수요예측에 나선다. 내일인 8일과 다음주 12, 13일은 무려 4개 기업의 수요예측이 겹친다. 개별 기업들 입장에서는 제값받기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시 급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도 있다. 최근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부분 증시가 급락하기 이전인 지난 10월 이전에 공모가 밴드를 결정했다. 코스피 지수는 올 상반기까지 2400선을, 하반기에도 10월 전까지는 2300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10월 이후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아직 21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급락 이전을 기준으로 한 IPO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이 현재 시장 평균보다 더 비싸보일 수 밖에 없다.
증권가 관계자는 "올해 연초부터 공모가 거품 논란이 심했는데 그때보다 지수가 더 하락해 공모가가 더 높아보일 수 있다"라면서 "당장 현금이 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시장 상황이 더 나아질 때를 기다려 다시 도전하겠다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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