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술 한잔이 인생의 행복?…술 권하는 미디어
입력 2018-11-06 16:07 
[사진=gettyimagesbank]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고 폐해가 심각한 만큼 미디어에서도 음주를 다룰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TV드라마와 예능방송이 술을 미화시킨다는 의견이 많다.
음식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늘며 술을 언급하거나 술을 마시고 즐기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통해 음주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예능방송에서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술을 마시는 출연자의 모습에 '행복'이라는 자막을 달거나 '술을 통해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식으로 음주장면을 노출하는 경우가 잦다. 심지어 술집을 주제로 한 예능방송이 있을 정도다.
미디어에서 음주장면을 노출하는 것은 시민들의 음주 소비습관에 영향을 미친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발표한 '개인 음주행태 요인분석 및 음주행태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TV 드라마나 광고의 음주장면 혹은 주류 홍보물(포스터 등)을 봤을 때 음주 욕구가 생기냐는 물음에 그렇다는 응답은 여성(31.5%)이 남성(24.3%)이었다. 직장인 장 모 씨(26)는 "일상에서 TV에 나오듯 매일 술을 마시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퇴근 후 한잔이 인생의 재미라는 식의 내용을 보고 있으면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방송에서 등장하는 음주 모습이 소비자의 음주를 부추겨 사회적 폐해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013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9조4524억 원에 달한다. 흡연으로 인한 7조1258억 원 보다 2조원 가량 많다. 최근에는 음주운전과 같은 폐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 술도 담배와 같이 TV광고를 제재하자는 주장도 늘고 있다. 18·19대 국회에서는 담배와 같이 주류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무산됐다. 정부는 현재 담배한 갑당 841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에는 음주와 관련한 내용이 있지만 만연한 음주 방송을 제재하기에는 부족하다. 방송이 나간 뒤에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특정 주류를 광고했다고 판단됐을 때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규칙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방송은 음주 내용을 다룰 때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올해 2월 SBS의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가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출연자가 소주기행을 주제로 소주를 마시고 평가하는 내용의 방송과 재방송을 한 사안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각각의 사례가 달라 흡연처럼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조절하도록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월은 이런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지난해 11월을 '음주폐해 예방의 달'로 지정하고 '절주문화 확산을 위한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내용에는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피하기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음주 장면은 그 영향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묘사 ▲잘못된 음주 문화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묘사하지 않기 등이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도 11월 14일 기념식을 개최하며 미디어 속 지나친 음주장면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환기시키고 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다.
김혜영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행정사무관은 "미디어의 음주 장면에 관련해서는 강제하는 법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관련자들의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며 "흡연과 같이 음주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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