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독] `장기전` 준비하나…수리나선 압구정 재건축
입력 2018-11-05 17:43  | 수정 2018-11-05 20:26
최고 부촌 아파트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신현대(현대9차·11차·12차) 단지가 총 61억원을 들여 공용배관을 전격 교체하기로 했다. 재건축 추진에 난항을 겪던 압구정신현대(사진)는 결국 재건축 속도보다 삶의 질을 선택하면서 '장기전을 앞둔 버티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5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압구정신현대 관리사무소는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단지 내 공용배관을 전격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주민들에게 이 내용을 공지했다. 냉·온수와 오수 등 모든 공용배관을 교체하는 데는 예산 61억원이 소요된다. 관련법상 서울시에서 일정 금액을 보조해줘 실제 주민들이 부담할 금액은 50억원 남짓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압구정신현대 단지는 주민들이 지금까지 낸 관리비 중 장기수선충당금으로 94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주민의 추가 부담은 없다.
압구정신현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주민 설문조사 등을 거쳐 공용배관 교체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전체 주민의 53%가 설문에 참여했고, 이 중 96%가 배관공사를 찬성했다"며 "특별한 이견이 없다면 내년 6월부터 4개월간 공용배관 공사를 하겠다는 공지를 최근 주민들에게 전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신현대가 공용배관을 교체하기로 한 것은 당분간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주민들 의지로 읽힌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몇 년 지나면 없어질 기존 시설에 추가 투자해 매몰 비용을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재건축 정비업계 관계자 A씨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재건축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현관 개폐장치, 공동배관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며 "수년간 미뤄 오던 공동배관 교체 작업을 수십억 원 들여 내년에 진행하는 것은 향후 몇 년간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1982년에 지어진 압구정신현대는 2014년 안전진단 결과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지만 아직 추진위원회도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몇몇 예비후보들이 추진위 설립 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소유주 50% 동의를 얻지 못해 좌초됐다. 동호대교 남단대로 맞은편에 있는 압구정구현대도 올해 9월 재건축 추진위를 설립했지만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을 억누르는 상황에서 '갑(甲) 중의 갑'인 입지를 가진 압구정현대 소유주들은 무리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압구정신현대에 살고 있는 소유주 김 모씨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급할 게 없다는 심리가 강하다"며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공용배관을 교체하지 말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강남 재건축을 악으로 몰아가는 정부 아래에서는 대열을 정비해 장기전으로 가자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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