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독] 새로운 변신 꿈꾸는 대치동 빌라촌
입력 2018-11-04 21:51 
서울 강남 첫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결과물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에 냉난방 에너지를 80% 절감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 아파트(사진)가 들어선다. 이 사업을 맡은 디벨로퍼는 인접한 대로변의 재건축 상가들과 공간을 연결해 나 홀로 아파트를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하는 기발한 청사진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면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에 11층 아파트와 14층 주상복합이 연결된 랜드마크 주거타운이 들어선다.
지난달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첫 가로주택정비사업인 현대타운은 기존 빌라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올리는 건축승인 심사를 다음달 초 관할구청에 신청할 계획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중 처음으로 '소유자 100% 동의'를 이뤄낸 현대타운 조합은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관할구청과 관련 절차에 대한 사전 조율을 마쳤다.
현대타운은 은마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29가구(다가구주택 포함) 규모 빌라로 지하 3층~지상 11층 아파트로 변신한다. 조합원 물량 31가구, 일반물량 16가구로 총 47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스톤빌리지가 시행을 맡았고 계열사인 에스엘건설 등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아파트는 기계식 냉난방 설비 없이도 22~26도의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하는 에너지 절감형 건물로 짓는다. 고성능 창호와 열교차단장치를 활용해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건물 표면에 유기박막형 태양광 패널을 붙여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냉난방 에너지 80%를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적률 인센티브도 얻어낼 수 있다.
김선곤 스톤빌리지 대표는 "석 달에 걸쳐 30명 넘는 현대타운조합원을 일대일로 만나 수년간 답보 상태에 있던 재건축을 풀어냈다"며 "대치동 학원가는 주택 수요가 넘치는 곳인데 주변 아파트 재건축이 꽉 막힌 상황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남 첫 가로주택정비사업 도전은 신축 아파트 한 동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 사업 디벨로퍼인 스톤빌리지는 현대빌라와 인접해 있는 노후 상가들과 접촉해 꼬마빌딩 두 곳을 통합 재건축한 후 신축 아파트와 연결하자고 제안했다. 두 상가 필지를 통합 재건축하면 지상 14층, 연면적 8000㎡(상가 6800㎡·주거 1200㎡) 규모 대형 주상복합이 은마아파트 맞은편 대로변에 올라간다. 지대가 높은 현대타운 터의 신축 아파트 지하 1층과 대로변 주상복합 지상 1층을 보행로로 연결하면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다. 도로 안쪽에 위치한 아파트는 대로까지 곧바로 연결되는 동선을 확보하고, 상가는 아파트 주민들을 자연스럽게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다.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지하공간을 공유하면 200대 규모 지하주차장이 들어갈 수 있다. 4층 규모 상가는 천장이 개방된 '성큰' 구조로 짓고, 6~14층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인 두 상가 소유주들도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A빌딩은 통합 재건축을 위한 법정동의율 80%를 훌쩍 넘겼다. B빌딩 소유주들은 최근 상가 대표를 뽑고 A빌딩 측과 통합 재건축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마쳤다. 두 상가의 통합 재건축이 확정되면 자연스럽게 인접한 현대타운과 공간 연결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대치동 대형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치동 학원가 주변에는 저렴한 주택이 부족하지만 주거단지 주변에 대형 상가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형 상가와 오피스텔, 신축 아파트가 연결된 복합주거단지가 현실화한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가로주택정비사업 : 서울시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도입한 제도로, 도로에 둘러싸인 블록 단위 노후 주택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용지 면적 1만㎡ 미만, 주택 20가구 이상, 전체 건물의 3분의 2 이상이 노후 불량 건축물이어야 추진할 수 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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