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韓 관객 홀린 브루니 "이만큼 환대 받아본 적 없어"
입력 2018-11-04 17:36  | 수정 2018-11-04 23:16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카를라 브루니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 = 드림메이커]
휘파람도, 숨소리도, 이따금 어긋난 음정까지도 매혹적이었다. 프랑스 가수 카를라 브루니(51)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처럼 치명적인 음색으로 관중을 사로잡았다. 세계적 스타에게 걸맞지 않은 공연 주관사의 미숙한 운영도 탓하지 않고, 그는 훌륭한 목수답게 무대를 조각해 나갔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전당. 카를라 브루니의 첫 내한 공연 '더 라이브 볼륨 1: 카를라 브루니'가 펼쳐졌다. 그는 데뷔와 동시에 선풍적 인기를 끈 프랑스 국민가수다.
2003년 낸 첫 앨범 '누군가 내게 말하길(Quelqu'un m'a dit)'이 유럽에서 200만장 넘게 팔렸을 정도다. 한국에선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부인으로 더 유명하다.
1990년대 입생로랑,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사랑을 받은 톱 모델 브루니는 대중 앞에 설 때 '애티튜드(attitude)'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려는 듯 90분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모델 세계에서는 남들에게 보여주는 태도로서 애티튜드가 타고난 외모와 입은 옷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 리버(Moon River)'를 부를 때 브루니는 추임새를 넣는 도중 음정이 한두 번 떨어졌는데 그마저도 의도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위화감이 없었다.

전체 구성은 마술쇼처럼 꾸렸다.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무대 곳곳에는 촛불이 올려졌다. 특히 그는 노래마다 얽힌 사연을 설명한 뒤 잠시 뜸을 들였다 곡 제목을 소개하면서 20곡으로 이뤄진 마술쇼를 이끌었다. '플리즈 돈 키스 미(Please Don't Kiss Me)'를 부르기 전엔 "다들 알겠지만 이 노래 제목은 본심과 정반대"라며 능글맞은 유머감각을 뽐냈다.
가창력을 뽐내기 위한 고음(高音) 쇼는 없었다. 대부분 노래는 남자가 따라부르기에도 무리 없는 저음으로 키가 맞춰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는 마치 몽블랑 산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처럼 기분 좋게 귀를 간질였다. 비음을 많이 내는 프랑스어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숨소리를 보다 강조한 창법이다. 공연을 보러 온 칠레 출신 카밀라 씨(27)는 "그가 속삭이듯 부르는 노래를 모두 좋아한다"며 "허스키한 목소리에 남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가 주관했는데 별다른 안내 없이 시작이 25분이나 늦어지면서 관중석이 술렁였다. 하지만 그것도 거기까지, 무대 뒤에서 등장한 브루니가 혓바닥으로 시작을 알리듯 "똑" 하는 소리를 내자 홀린 듯 잠잠해졌다.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은 탓에 이가 빠지듯 비어 있던 좌석에도 브루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정도 따뜻한 환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감사를 전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브루니는 3일 부산에서도 콘서트를 했으며, 이어 월드투어를 계속 진행한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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