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SK케미칼·세아·아이센스…가치투자名家의 선택 주목
입력 2018-11-04 17:24  | 수정 2018-11-04 23:12
지난 10월 국내 증시 폭락으로 상장 기업들 중 저평가된 종목들이 속출하자 가치투자 명가들의 움직임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 달 동안 폭락장이 연출되면서 주요 가치주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져 있기 때문이다. 재무 상태와 이익 실현 추세 등 기업들의 기초체력을 고려해 장기투자에 나서는 가치투자 운용사로서는 사실상 '저가 매수 장터'가 열린 셈이다.
4일 매일경제가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분석한 결과,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10월 한 달 동안 대표적인 가치투자 명가로 손꼽히는 신영자산운용은 화학, 철강 등 중후장대 종목을 집중 매수하며 보유 지분을 늘렸다. 신영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에도 건설, 철강 등 남북 경제협력주를 적극 매수한 바 있다. 1세대 가치투자 전문가인 이채원 대표가 이끄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한투밸류)은 폭락장세에서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코스닥 알짜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10월 국내 증시 폭락장세에서 신영자산운용이 주목한 종목은 SK케미칼이다. 신영자산운용은 지난달 1~22일 SK케미칼 주식 3만9465주를 12거래일에 걸쳐 집중 순매수했다. 그사이 SK케미칼의 주가가 20% 이상 하락했지만 매수 물량을 확대하며 '저가 매수'에 매달렸다. 유가 상승에 따른 단기적인 실적 부담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케미칼 주가 급락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생명과학(LS) 사업부와 백신산업은 인플루엔자 백신의 시장 안착과 신제품의 점유율 확대 등으로 내년에도 사업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 105억원에 비해 3분기 SK케미칼의 영업이익이 28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아제강지주와 세아제강도 신영자산운용이 하락장에서 보유 지분을 늘린 종목으로 꼽혔다. 신영자산운용은 10월 말 이 두 종목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규 공시했는데, 직전 보고일에 비해 세아제강지주와 세아제강 지분이 각각 0.41%포인트, 0.15%포인트 늘었다. 지난달부터 미국 수출이 재개되면서 실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아제강지주는 단기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지 않지만 기업구조 변화와 배당 증가 등 추후 변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상장사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코스피가 2100 선이 무너져서는 안 되는데 수급적인 측면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교체 매매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경기 둔화 국면을 감안하면 주가가 다시 크게 반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인데,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배당 우량 종목으로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투자업계에서 또 다른 가치투자 명가로 손꼽히는 한투밸류는 코스닥 알짜기업에 투자를 늘려 눈길을 끌었다. 넥센, NICE 등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주식을 소폭 매각했지만 바이오센서 전문기업 아이센스에 대해서는 하락장에서도 투자를 늘려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10월 들어 한투밸류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고 신규 공시한 것은 이 종목이 유일하다.
한투밸류의 선택을 받은 아이센스는 3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0일 아이센스는 3분기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9.85%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깜짝 실적 발표에 10월 들어 9%가량 하락했던 주가도 하루 만에 13.15% 오르며 하락폭을 크게 만회했다. 이채원 한투밸류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파국까지는 안 가겠지만 내면에 흐르는 것은 자국 보호주의이기 때문에 대외 의존도가 높은 일본이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실적이 악화돼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대외 경쟁력을 가진 기업, 심지어는 반사이익을 받거나 영향이 없는데 덩달아 주가가 빠져서 저평가된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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