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기업·정규직 10명 중 1명뿐인데...정규직 전환율은 OECD 꼴찌
입력 2018-11-04 16:40 
OECD국가 정규직 전환율

높은 임금에 안정적인 일자리는 국내 임금 근로자 10명 중 1명에게만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일자리 상승 사다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라 정규직·대기업과 비정규직·중소기업으로 구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근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일 BOK경제연구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2017년 8월 기준으로 대기업이면서 정규직인 1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7%로 반면 중소기업이거나 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89.3%였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
1차노동시장과 2차노동시장의 근로조건 격차 역시 컸다. 1차 노동시장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12.2년으로 2차 노동시장 근로자의 5.2년의 2.3배다. 국민연금, 퇴직급여 상여금의 수혜율도 1차 노동시장 근로자의 경우 95% 이상인 반면, 2차 노동시장 근로자의 경우 수혜율이 70%를 하회한다.
1차 및 2차 노동시장 간 격차가 심하더라도 근로자의 생산성이나 성과에 따라 양 시장 간 이동이 활발하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 2차 노동시장간 이동 역시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직의 3년 후 정규직 전환율은 22%로 OECD 조사 대상 16개국 중 꼴찌였다.
장 부연구위원은 "한 번 비정규직에 종사하면 고용안정성이 낮은 2차 노동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정규직 함정(trap)'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간 월임금 및 근속연수 격차
이 같이 심화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청년 실업 증가, 여성 고용 부진, 과도한 자영업 비중 등 한국 노동시장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청년과 여성 고용은 고학력일수록 부진했다. 20대 청년 실업률은 2008년 7.0%에서 2017년 9.9%로 2.9%포인트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대학 졸업자 실업률은 4.8%포인트나 확대했다. 구직기간도 2004년 12.3개월에서 지난해 14.4개월까지 늘었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공무원의 경우 19.2개월이나 됐다. 1990년대 이후 대학진학률이 상승해 대졸자가 크게 증가했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로 1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문'은 커지지 않는 가운데 대졸자들이 2차 노동시장을 기피하며 청년 실업과 구직기간이 증가한 것이다.
대졸 이상 남녀의 고용률 차이(남성 대졸자 고용률-여성 대졸자 고용률)는 26%포인트로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다른 국가들은 학력이 높을수록 남녀 고용률 차이가 줄어들었으나 한국은 반대였다. 이는 여성이 결혼, 출산으로 경력 단절이 빚어지고 재취업은 주로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을 위주로 이뤄지는데 열악한 근로조건을 기피하는 고학력 여성이 취업을 아예 포기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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