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9금 ASMR` 때문에 내가 보던 영상에 노란 딱지 우수수
입력 2018-11-02 17:41 
유튜브에서 성적인 콘텐츠로 분류돼 `노란 딱지`로 바뀐 ASMR 콘텐츠. [사진 출처 = 유튜브 `하쁠리` 채널 캡처]

최근 유튜브에서는 심리적 안정을 위한 사운드 테라피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ASMR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선정적 ASMR도 덩달아 판을 치고 있다. 이에 유튜브가 제재를 가했지만 건전한 ASMR 콘텐츠에도 같은 제한이 걸리는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 선정적 ASMR은 성적인 상황을 '롤플레잉(role-playing)' 한다. 성인용 소설에 나올 법한 장면을 묘사하거나 신음소리를 내보내고 자극적 제목과 섬네일을 게시한다. 문제는 유튜브에 검색하기만 해도 수많은 선정적 콘텐츠를 성인 인증 절차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데 있다.
유튜브에는 이미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에 대한 제재 정책이 있다. 유튜브는 성적 콘텐츠로 분류된 동영상에 일명 노란색 달러 아이콘(이하 '노란 딱지')을 붙이는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노란 딱지로 바뀐 동영상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라는 의미로 광고 제한 또는 배제가 이뤄져 광고수익이 적어진다.
유튜브 인공지능 시스템은 선정적 ASMR 콘텐츠를 제한하고 분류하는 학습을 했다. 이 머신러닝 기술 때문에 건전한 ASMR 콘텐츠도 성적 콘텐츠로 인식해 노란 딱지가 붙고 있다. 잘못 분류됐다며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노란 딱지가 붙어 있는 동안 해당 영상은 제한을 받게 된다. 유튜브 조회수는 처음 영상을 올리고 급증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게 돼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다. 결국 유튜버들은 노란 딱지로 바뀐 영상을 모두 삭제할 수밖에 없다. 피해는 선량한 제작자들이 보고 만다.

56만명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명 ASMR 유튜버 '하쁠리'는 최근 노란 딱지가 붙게 된 영상을 네이버캐스트 플랫폼으로 옮겼다. 이 영상들은 마이크에 꽂힌 가시를 뽑는 롤플레잉인 '잔소리 가시 제거 시술 상황극', 치과 롤플레잉인 '치과 스케일링' 등으로 선정적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구독자 47만명의 인기 ASMR 유튜버 '미니유' 역시 2014년 올렸던 영상을 최근 다시 올렸다. 다시 올라온 '비 오는 날 조근조근 부드럽게 마사지' 영상은 비가 내리는 상황을 연출해 물건이나 마이크를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등 제한이 걸릴 만한 내용은 없다.
지침을 위반하지 않은 콘텐츠에 노란 딱지가 붙으며 정작 구독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대학생 남 모씨는 "마음에 드는 ASMR 영상은 계속 돌려보게 되는데 갑자기 노란 달러 표시가 붙어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오히려 검열돼야 할 콘텐츠는 무수히 많은 데 건전한 ASMR이 더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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