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키워드 K팝] 빅스·구구단…빌보드도 극찬한 `보컬돌` 산실 젤리피쉬
입력 2018-11-02 17:11  | 수정 2018-11-02 19:03
◆ 키워드 K팝 / ⑧ 젤리피쉬 ◆
'도핑테스트가 필요해 보이는 빅스의 음악 라이브.'
보이그룹 빅스가 올린 라이브 영상에 붙은 제목이다. 운동선수의 약물 사용 여부를 검사하는 도핑테스트를 아이돌 그룹이 받아야 한다고 팬들이 주장한 이유는 영상을 재생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이들은 아델의 '헬로(Hello)', 김범수의 '슬픔 활용법'과 같은 소위 '고음 폭발 노래'를 놀듯이 부른다. 6명으로 구성된 빅스는 4명이 MBC 예능 '복면가왕'에 나갔을 정도로 가창력이 뛰어난 보이그룹이다.
K팝 그룹의 보컬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하지만, 빅스는 전 멤버가 노래를 잘하는 보이그룹으로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빅스가 소속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으로 구구단을 두고 있는데, 이들 역시 '깜찍함'을 콘셉트로 내세우는 아이돌 중 전례 없는 가창력을 선보이고 있다. 가수(歌手·노래 부르는 것이 직업인 사람)의 정의에 가장 어울리는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젤리피쉬를 '보컬리스트'라는 키워드로 살펴봤다.
◆ 성시경·박효신 족보 계승한 아이돌
작곡가 황세준(45)은 테이의 '같은 베개…', BMK '꽃피는 봄이 오면', 김형중 '그녀가 웃잖아…' 등 부르기 어려운 노래를 만들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급기야 그는 '황세준의 노래를 다 부를 수 있는 가수'로만 구성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를 2007년 창립하기에 이른다.
1호 가수는 성시경. 이후로 박효신, 김형중, 리사 등 한국 대표 보컬리스트만 줄줄이 받았다. 특히 성시경과 박효신은 데뷔 이후 최고 전성기를 젤리피쉬와 함께했다. 김반야 음악평론가는 "성시경, 박효신, 서인국이 있을 당시 매력적인 보컬 중심의 강점이 참 많았다"며 "작곡가인 대표의 능력도 이들과 함께할 때 더욱 빛났다"고 평가했다.

그들의 족보를 그대로 계승해 만든 팀이 빅스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보컬리스트가 소속돼 있었던 기획사로서 가창력이 뛰어난 인력으로 팀을 구성한 것"이라며 "6명 모두 누가 리드보컬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던 세정, 미나, 나영은 연습생임에도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현재 걸그룹 구구단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황 평론가는 "연습생들까지 프로와 같은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시 젤리피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가요계에서는 가창력에 집중한 젤리피쉬 아이돌이 K팝의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현재 K팝의 외국 팬덤은 가창력을 그렇게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향후 솔로 무대와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들이 가창력을 보여줬을 때 'K팝이 그냥 현란한 댄스곡만은 아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미국 음악 전문매체 빌보드는 빅스의 보컬에 주목했다. 지난 7월 메인보컬 레오가 처음으로 낸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 '터치 앤 스케치'에 대해 빌보드는 "숨 쉬듯 노래하는 보컬과 근사한 코러스가 전반과 중반을 장식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 레알 마드리드의 역설? 부족한 대중 인지도
두 팀은 가창력으로만 보면 2000년대 초·중반 레알 마드리드를 떠오르게 하는 그룹이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루이스 피구, 데이비드 베컴 등 전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던 선수들로 라인업을 꾸렸다.
하지만 당시 레알 마드리드가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했듯, 빅스와 구구단은 대중 인지도가 떨어진다. 아무래도 젤리피쉬는 아이돌 제작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까닭에 노하우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반야 평론가는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돌 기획사로 전환하면서 팬덤 관리와 홍보에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며 "빅스의 경우 멤버들은 고군분투하는데 기획사의 기획력이 참신하지 않고, 서포트가 부족한 느낌"이라고 짚었다.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킬러 콘텐츠가 아직 없었다는 이야기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스타일링을 비롯한 앨범 단위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악곡의 계약과 발굴)에서 화제성을 모을 만큼 파격적이거나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경우가 없다"고 했다. 한동윤 평론가는 "지금의 가요계에는 아이돌 그룹이 워낙 많아서 즐길거리가 많으니까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도원경' 같은 콘셉트는 참신했지만, 다수에게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가기에는 좀 부족했다"고 말했다.
◆ 보컬 빛나게 할 '한 방' 만들 수 있을지 주목
전문가들은 소속 아이돌의 매력을 살려줄 수 있는 마케팅과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병욱 평론가는 "현 아이돌 시장은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노래 외적인 부분에서 매니지먼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황선업 평론가는 "다른 팀들에 비해 기억에 남는 곡이 유독 없다"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한 방'을 브이라이브나 웹 콘텐츠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이 회사의 세 번째 아이돌 팀으로 나올 베리베리는 작사·작곡에 영상 촬영·편집까지 가능한 보이그룹을 표방한다. 현 작사·작곡돌들 사이에서 'PD돌'로 승부하겠다는 취지다. 아이돌이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비친다. 황선업 평론가는 "요즘 유튜브와 영상에 관심이 많은 세대에 크레이티브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영상을 단순히 제작하는 걸 넘어서 수준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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