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이스피싱 영화 제작하다 조직에 포섭된 영화제작자
입력 2018-11-01 15:00 

국내 한 영화제작자가 보이스피싱 영화 제작 과정에서 알게 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결탁해 오히려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A영화사 대표 강모씨(44) 등 4명을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박모씨(33)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유령법인 명의를 제공한 채모씨(57) 등 12명을 공정증서원본 등 부실기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2012년 9월부터 보이스피싱 관련 영화를 만들기 위해 중국 보이스피싱 7개 조직의 조직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영화 시나리오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조직을 역추적해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강씨는 2016년 한 조직원으로부터 "콜센터에서 사용할 전화기를 개통해 중국으로 보내주면 한대당 250만~400만원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포섭됐다. 이후 강씨는 영화사 직원(35) 등과 공모해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유령법인·사업자 33개를 개설하고 대포폰 860여개를 개통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하고 10억여원을 챙겼다.
4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강씨는 경찰조사에서 "시나리오 취재를 하다보니 이게 돈이 되겠다 싶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강씨가 영화제작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유령법인·사업자에 대해서는 세무서 등에서 해산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범행에 사용된 대포폰은 각 통신사에서 직권해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씨 등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돈을 받고 판매한 대포폰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돼 135명이 1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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