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안전하다더니…리저드ELS의 배신
입력 2018-10-30 17:46  | 수정 2018-10-30 20:51
코스피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 상품이라고 알려진 리저드(lizard·도마뱀)형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 상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리저드형 ELS는 기초자산 지수가 조기 상환 조건 아래로 떨어져도 리저드 배리어만 터치하지 않으면 당초 정해진 수익률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해진 ELS다. '중수익·중위험'이라고 알려졌던 ELS가 조기 상환이 잘 안 되는 위험이 대두되자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이 안전성을 보강한 상품이라고 선전하며 앞다퉈 내놓았다. 최근 발행된 ELS 3건 중 1건은 리저드형일 정도로 조기 상환 가능성이 높은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ELS의 조기 상환 조건이 '95/95/90/85/85/80'이라면 보통의 ELS는 6개월 후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의 90% 아래로 떨어지면 조기 상환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리저드 배리어가 87%라면 투자 기간 최초 기준 가격의 87%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자동 상환된다. 투자자 입장으로서는 사실상 조기 상환 조건이 더 낮아지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문제는 이달 들어 코스피가 급락하며 9월 초 기준으로 86%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데 있다. 9월 3일 2307이던 코스피는 지난 29일 1996까지 떨어져 이미 86% 리저드 배리어 밑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지수 기초자산 중 변동성이 크다고 여겨졌던 홍콩 H지수의 같은 기간 8% 하락폭보다 훨씬 크게 내려간 것이다. 주가가 2300선 위에 머물렀던 9월 중순 전 발행된 ELS는 거의 기초자산 가격의 80~90% 수준인 리저드 배리어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어 조기 상환이 어려워졌다. 리저드 배리어에 터치하더라도 조기 상환 조건을 만족하면 조기 상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도 한국 증시의 대세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어 조기 상환 조건 수준인 최초 기준 가격의 90~95%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조기 상환은 불투명해지고 자금이 최장 3년간 묶이게 됐다.
오히려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증시에서는 리저드 배리어가 있는 상품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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