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0월 29일 뉴스초점-'특별재판부' 도입까지?
입력 2018-10-29 20:09  | 수정 2018-10-29 20:44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특별재판부를 두고 싸우는 정치권을 보고 한 판사가 한 말입니다. 위헌 여부를 떠나 사법 농단 의혹에,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기각 등으로 애초에 사법부의 불신을 자초했으니, 특별재판부에 대해 왈가왈부할 면목조차 없다는 거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특별재판부는 흔히 알고 있는 특별검사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검사는 행정부 소속으로, 그들의 상관인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특별검사를 선임해 수사를 할 수 있지만, 재판은 모든 의혹과 수사에 대한 유무죄를 판결하는 것으로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전쟁범죄나 테러, 과거사 청산 등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에 대해서만 말 그대로 특별하게 추진되고, 또 관련 법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프랑스는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당시 구체제 인사 등을 처벌하기 위해 독일의 침공을 받은 폴란드 역시 반역과 전범 사건을 위해 특별재판소를 설치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특별재판소가 있었죠. 해방 직후 친일파를 단죄하기 위해, 4.19 이후 3.15부정선거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해, 그리고 5.16 이후입니다.

지금도 몇몇소수 국가에서만 운영될 뿐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선 설치할 근거가 없거나, 아예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놓은 상태. 그런데, 우리는 이 특별재판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왜 이렇게 됐는지, 근본을 따져봐야 합니다. 그 이유는 아시다시피, 재판부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국민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상당수 영장을 기각해버리고 누가 봐도 제 식구 감싸기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 누가 직접 그들의 손에, 그들의 재판을 맡길 수 있다고 볼까요.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게 더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지금 재판부는 당장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 말자를 두고 싸울 때가 아닙니다. 재판부는 자신들에 대한 신뢰 붕괴가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진다는 걸 깨닫고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서로 싸우던 이들이, '그래 법정에서 따져보자!'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재판부를 믿기 때문일 텐데, 이젠 이 말도 못 하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권위로 인정받던 사법부조차 믿지 못해, '특별'이라는 단어를 붙인 재판부를 별도로 만든다는 건, 말그대로 대한민국의 '치욕'입니다. 그런데도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일부 판사들은 '국제적 망신이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라고 한숨 짓고 있지요. 이를 보는 국민들 심정은 오죽할지 생각해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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